국내 방산기업의 폴란드 수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다연장 로켓.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근 한국과 폴란드의 경제협력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이른바 'K방산'이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최전선에 있는 폴란드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한국산 무기를 잇따라 선택하며 두 나라 경제교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K방산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건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한국산 무기는 우수한 품질과 빠른 납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 장점이 부각됐다.


K방산 최우수 고객으로 자리한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국내 방산업체와 포괄적 합의 성격의 총괄계약(Framework Contract)을 맺었다.

같은 해 4종의 무기체계(K2 전차·K9 자주포·FA-50·천무)에 대한 1차 이행계약을 실행한 뒤 이듬해 K9 자주포, 2024년 천무 등 2차 이행계약을 순차 체결했다. 이는 국내 방산 기업의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를 공급하는 2차 계약 협상도 완료했다. 개별 방위산업 수출계약 사상 최대인 63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다. 총 180대 가운데 117대(K2GF)를 현대로템이 직접 생산 공급하고 63대(K2PL)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현지에서 만들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후타 스탈로바 볼라'와 폴란드 자주포인 크라프(KRAB) 차체에 들어가는 4026억원 규모의 구성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4년 크라프 120문 차체 구성품을 납품하며 폴란드에 K방산을 알렸고 2022~2023년 K9자주포 총 364문도 공급했다. 이 기간 천무 발사대, 유도탄, 장사거리탄 등을 공급하는 35억달러(약 5조원)의 1차 실행계약도 맺은 바 있다.

폴란드 국방력 강화 행보는 EU 정책과 무관치 않다. EU는 '유럽 재무장' 계획의 일환으로 앞으로 4년 동안 방위비도 8000억유로(약 1288조원)로 늘리기로 했다.

EU 군비 확장과 유럽 내 생산 역랑과 연계된 '바이(Buy) 유러피안 정책' 행보에 현지 생산 투자 증가와 기술 이전 등을 내세운 K방산이 각광을 받는다.
K방산이 폴란드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로템의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입증된 K방산 경쟁력, 외연 확장의 무대로 자리매김
K방산의 매력에 빠진 폴란드 정부는 올해 국방 예산으로 GDP(국내총생산)의 4.7% 수준인 429억유로(약 70조원)를 책정했다. 폴란드는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국방비를 GDP 4% 수준으로 유지하며 국방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전력 강화 방안은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GDP 2% 수준의 국방비를 투입하기로 한 것과 감안하면 EU 내에서도 현저히 높다. 폴란드는 군대 규모도 연내 30만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의 장비 도입도 지속할 방침이다.

폴란드는 단순 군사력 증강뿐 아니라 자체 방산 역량 강화도 추진한다. 올해 방산 분야에서만 약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K2전차와 K9 자주포 등 도입과 연계된 현지 생산 물량이 포함돼 국내 방산기업의 투자와 기술 이전 효과를 기대하하고 있다.

한국과 폴란드는 다양한 협력 모델을 통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폴란드 외 인근 제3국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K방산의 폴란드 수출은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유지보수 관련 A/S(사후관리) 부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화 국면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약류, 드론·안티 드론 등과 관련된 구국내 방산 기업들도 현지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기존 방산 제품뿐 아니라 지능형 감시 장비, 사이버 보안 솔루션 등 저강도 하이브리드 분쟁에 대비한 보안제품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긴급 소요에 대비한 기존 방산 장비의 성능 업그레이드 키트류도 폴란드 내 K방산의 유망 공략 분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