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최근 밴드 데이식스 팬미팅을 보러 간 한 학생이 학생증만 챙겼다가 공연을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경찰을 통해 직접 신원을 확인했으나 입장이 막혔다. 다른 관객은 본인임을 인증하라며 생활기록부도 떼보라는 요구를 받아 논란이 됐다. 일이 커지자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부랴부랴 사과에 나섰다.
비단 데이식스만의 일은 아니다. 소위 아이돌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일이다. 아이돌 공연에서 소위 '본인 확인'을 위해 필요한 신분증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실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청소년증(학생증은 불가) 등이다. 다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모바일 신분증은 불가능하다. 학생은 청소년증이나 여권을 따로 발급받아야만 한다.
요구한 신분증을 제시해도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달라 보이면 은행 앱을 켜서 이름이 같은지 인증을 요구한다. 깐깐한 스태프에게 걸리면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등을 말하라고 한다. 심각한 건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개인정보 침해다. 이러한 개인정보 요구는 사전 동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의적이다.
소속사들은 암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지만 애먼 실관람객만 잡는 모양새다. 당장 X(구 트위터)와 티켓 거래 플랫폼에만 들어가도 고가에 올라온 티켓이 수두룩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온라인 암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대부분 개인 간 현금 거래로 진행해 실질적인 입증이 어려워 암표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일부 소속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실관람객들에게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고 싶은 절실함을 이용해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거나 스태프 기준에서 본인임이 인증되지 않으면 입장을 막는 행위는 권력 남용에 가깝다.
이번 사태가 논란이 되자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관객분들을 보호하고자 함이었으나, 유연한 대응과 관리 책임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다친 팬들의 마음을 치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주객이 전도됐다. 가장 중요한 K팝 콘텐츠 소비자이자 파트너인 팬들의 간절함을 볼모로 삼은 안일한 방식이 과연 K팝 문화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땜질식 대응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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