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취임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 출신의 석유 개발 전문가로서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안정화 및 경영 정상화 등을 이끌 거란 이유에서다. 김 사장은 세계 주요 석유기업인 셀(shell)에서 20년 이상 근무했으며,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이후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보바이오융합 학장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도 김 사장의 연임을 선택, 임기를 1년 늘려 오는 9월까지로 조정했다. 김 사장이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주도한 게 가장 주효했다. 새 석유공사 사장 발탁을 검토했으나, 첫 시추공 위치 선정 등이 이어지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이끈 김 사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 정부를 모두 거쳤음에도 본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사장이 취임한 이래 자본잠식 상태가 심해져서다. ▲2021년 –1286.1% ▲2022년 –1323.2% ▲2023년 –1451.7% ▲2024년 –1650.5%로 매년 악화했다. 자본잠식이란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상태로, 기업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021년 82.5% ▲2022년 84.7 ▲2023년 84.6% ▲2024년 84.9% 8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당초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낼 적임자로 임명됐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단 평가다.
부임 이후 흑자 전환했으나 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실제로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국제 유가 급락과 개발 생산계획 차질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으나, 비교적 유가가 높았던 2022년엔 영업익이 전년대비 368.1% 증가한 1조777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총차입금/EBITDA(배) 흐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같은 해 총차입금/EBITDA(배)가 6.3배로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지만,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7.8배, 8.3배로 다시 상승했다. 해당 지표는 부채 부담이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탄소 중립 및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도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본래 내놨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자원 추정량 140억배럴을 모두 채굴할 경우 30년간 총 58억275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지만, 김 사장과 현 정부와의 에너지 기조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에너지 사업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 탄소포집저장(CCS), 저탄소 수소 및 암모니아 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 모두 준비에만 수년을 소모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을 비롯한 외부적 요인과 해외 생산량 최적화, 재무관리 질 향상 등의 내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흑자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