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83년 8월 3일, 삼성반도체통신(현 삼성전자)이 64KD램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한 줄기 빛을 던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1년 반 전,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일본이 첨단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이 그들의 벽을 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졌다. 기술력, 자금,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의 기술 협력이 좌절되자 곧바로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을 세워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경기도 기흥에 공장을 건설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개발팀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임했다'는 개발팀의 회고처럼, 수많은 난관과 실패를 딛고 마침내 64KD램을 손에 쥐었다. 이는 대한민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D램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삼성의 64KD램 개발은 단순한 기술적 성공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바꾼 중대한 이정표였다. 이 성공을 발판 삼아 삼성은 이후 256KD램, 1MD램, 4MD램 등 고용량 D램을 연이어 개발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1992년에는 마침내 세계 D램 시장 1위에 등극하며 '반도체 신화'를 현실로 만들었다.
오늘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위대한 역사의 서막은 바로 1983년,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64KD램 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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