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무인도'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선 직장인의 자립과 성장, 그리고 회복의 여정을 담았다.


주인공 차지안은 도시에서의 상처를 뒤로하고 무작정 무인도로 향한다. 그는 무인도에서 아무 소리가 없는 고독한 상태를 상상한다. 그의 예상은 첫날부터 빗나간다.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고독의 소리는 모래들이 사각이는 소리, 꼬마물떼새가 내는 소리, 쉼 없이 치는 파도 소리다. 결국 삶이란 수많은 소음 속에서 사는 것."(38쪽)

주인공은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질서를 온몸으로 겪으며 무너진 자신을 다시 쌓아올린다. 식량을 스스로 조달하고, 낯선 환경을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이 고요한 기록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차지안이 텃밭을 가꾸고,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생계를 유지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그는 날마다 새롭게 주어지는 고된 노동과 풍경 속에서 지안은 자신을 되찾는다. 섬의 자연은 단지 배경이 아닌 감정의 동반자처럼 그녀의 삶에 스며들고, 파도 소리와 갯벌의 숨결은 그녀의 내면과 조화를 이룬다. 혼자 차려 먹는 식사 한 끼에도 생의 의미가 깃든다.

책은 단순한 자급자족 라이프를 넘어, 치열한 사회 속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는 치유의 서사다. 외로움이 아닌 혼자 있는 시간을 기꺼이 누리는 법,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용기를 전한다. '이 일을 내 손으로 이뤄냈구나'라고 중얼거리는 지안의 고백은, 독자에게도 삶을 주도하는 힘이 내 안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실제 바닷가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그림작가 영서는 섬의 사계절을 따뜻한 색감으로 담아낸다.

박해수 작가는 "만약에 우리 마을 앞바다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무인도에 누군가 발을 디딘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썼다"고 설명했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삶의 리듬을 되찾고,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문학적 쉼표다.

△ 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토닥스토리/ 1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