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를 탄생시킨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비롯해 '느낌표, '전파견문록', '칭찬합시다' 등 시대를 풍미한 프로그램들을 연출하며 방송계에 한 획을 그은 김영희 PD가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쌀집 아저씨'라는 친근한 별명만큼이나 유쾌하고 솔직한 필체로 세계 곳곳의 특별한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책에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네팔에서 복채를 두고 수도승과 벌인 은밀한 눈치싸움, 케냐에서 비비 원숭이들에게 간식을 도둑맞은 황당한 사건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과 유머 감각으로 풀어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을 참기 힘들다.
여기에 그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삽화들은 여행지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치 저자와 함께 세계를 누비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울러 여행을 통해 얻은 통찰과 각성을 그림과 함께 요약하듯 전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직접 그린 그림에 대해 김영희 PD는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사진은 객관적인 장면을 전달하지만, 그림은 현장에서 느낀 주관적인 감성까지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에피소드의 나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그는 정해진 길만이 전부가 아니며, 옆으로 난 샛길이나 낯선 골목길에서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호텔 키를 잃어버리고 모래밭에 누워 아타카마 사막의 별을 보거나, 사해에 몸을 맡기며 고정관념을 깨뜨린 그의 경험담은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자격이 있다"며 "여행은 이동하는 것이며, 어떤 길로 떠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선택한다고 그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인생이든 여행이든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것, 그게 정답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잊고 지냈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날 용기를 불어넣는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준다. 여행이 낯선 일상과 행운의 비일상을 선물해 창조적 영감과 재충전의 기회를 줬다는 저자의 고백은 바쁜 삶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여행을 통해 얻은 용기와 희망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짐 챙겨/ 김영희 글/ 상상/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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