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경기로 잠시 중단됐던 K리그1 일정이 재개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제 매 경기가 결승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몇 년 전부터 유럽 빅클럽들이 새 시즌을 앞두고 진행하는 '프리시즌 투어' 일정에 한국이 꼬박꼬박 포함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 가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고 덕분에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특별한 맛을 느끼고 있다. 올 여름은 더 뜨거웠다.


세계가 주목하는 바르셀로나의 신성 라민 야말이 클래스 다른 플레이를 선보였고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이 10년 함께 하던 토트넘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등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축구 팬들을 열광케 했다.

7월30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팀 K리그의 대결로 시작된 한여름 밤의 축구 축제는 4일 바르셀로나와 대구FC의 친선경기로 막을 내렸다. 부담 없이 함께 즐기던 잔치는 끝났다. 이제 다시 생존을 건 전쟁 같은 축구가 펼쳐진다.

잠시 멈췄던 2025 K리그1 시계가 주말부터 재가동된다. 어느덧 24라운드까지 마무리 됐고 한해 농사의 1차 풍흉이 결정되는 '스플릿 라운드'까지는 단 9경기 남았다.


K리그1은 33라운드까지 승점을 기준으로 1~6위와 7~12위를 나눈다. 상위 스플릿에서는 우승과 다음 시즌 아시아클럽대항전 출전권이 걸린 승부가 이어지고, 하위 스플릿에서는 2부로 강등되지 않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진행된다.


6위부터 11위까지는 모두 승점 1점차 박빙의 레이스다. 8월 일정이 너무도 중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윗물'에서 시즌 막바지를 보낼 수 있는 6위 안에 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단 상하위 스플릿이 갈리면 전혀 다른 리그처럼 잔여 5경기가 펼쳐진다. 쉽게 말해, 상위 스플릿에 들어간 팀은 이후 5전 전패를 당해도 최종 순위는 6위다. 안전이 보장된다.

하위권으로 밀려있는 팀들은, 강등의 철퇴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바닥에서 멀어져야한다. 현재 시스템 상 꼴찌 12위는 내년 2부리그로 자동 강등이고 11위와 10위는 K리그2 클럽과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쳐야한다.

지금쯤이면 대략 윤곽이 나와야하는데 올 시즌은 유난히 안개가 짙다. 현재 1위 전북(승점 54)과 최하위 대구(14위)를 제외한 2~11위 10개 클럽은, 남아 있는 9경기가 끝난 뒤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힘든 수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현재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 광주(승점 31)부터 11위 안양FC(승점 27)까지, 6개 팀이 모두 승점 1점 차이로 줄을 서 있다. 그야말로 역대급 경쟁이다. 1경기 치를 때마다 순위가 확확 바뀐다. 2~3경기가 묶이면 중위권 클럽이 강등권으로 추락하고 10위, 11위도 상위 스플릿을 노릴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 보는 이들은 흥미진진이지만 피 말리는 레이스다.


2025 K리그1 중간 순위(24라운드 현재)


위아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나란히 2, 3위를 달리고 있는 김천과 대전도 몇 경기 망치면 상위 스플릿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되고 디펜딩 챔피언 울산(7위)도 지금의 하락세를 막지 못한다면 강등권까지 밀릴 수 있다. '설마'에 뒤통수 맞은 클럽들을 K리그 팬들은 자주 보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매 경기가 결승이다. A매치 일정이 잡힌 9월이 오기 전까지는 이제 휴식기도 없다. 폭염 속 주중경기까지 치러야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상황이지만 지금 다 쏟아 내야한다. 잔인한 시간이 왔다. 여기서 밀리면 풍성한 가을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