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를 앞세워 자원순환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페달포인트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전자폐기물·재생 금속 등 이차원료 분야에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 궤도에 올랐다. 2026년 가동 예정인 온산제련소 구리 건식 제련설비의 안정적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활용 기반의 친환경 성장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페달포인트는 미국 내 전자폐기물 처리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PCB 스크랩과 ITAD(IT 자산처분) 사업을 통해 금·은·구리 등 고부가 금속을 회수하고 이를 제련·판매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태양광 폐패널, 폐배터리, 블랙 매스(Black Mass) 등으로 원료군을 확대해 귀금속·비철금속 회수 전반에서 안정적인 수급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적자를 이어오던 페달포인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10억7600만달러, 영업이익 5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설립 이후 상반기 기준 첫 흑자에 성공했다. PCB 스크랩 처리량 증가로 고수익 원료 비중이 높아졌고 폐기물 소싱 역량 강화와 비용 구조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자회사 카타만 메탈스(Kataman Metals)와의 시너지도 주목된다. 카타만은 연간 약 30만톤 규모의 이차원료를 취급하는 글로벌 메탈 트레이더로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유럽 등 다양한 시장에서 원료를 조달할 수 있는 국제 공급망을 제공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성과를 단기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성장 발판으로 삼는다. 미국 현지에서 회수한 고부가 원료를 온산제련소 구리 건식 제련설비(연 3만5000톤) 가동에 투입하고 남는 물량은 글로벌 시장에 판매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구리 건식 제련설비는 고순도 구리 생산을 전담하고 필요한 스크랩의 상당 부분을 페달포인트와 카타만 네트워크가 공급한다. 여기에 태양광 폐패널, 폐납축전지, 폐배터리 등에서 회수한 은·구리·연·안티모니와 블랙 매스는 온산 니켈제련소와 연계해 원료 공급선을 확장한다. '샘플링 허브'(Sampling Hub)를 통해 PCB 스크랩을 자동 분류·분석하고 최적의 제련·판매 경로를 설계하는 체계도 갖췄다.

이 같은 구조는 공급망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이 최근 구리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현지 자회사를 통해 관세와 지정학적 변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친환경 자원순환 방식을 기반으로 미국을 안정적 원료 확보 거점으로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자폐기물은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금속이 함유돼 있어 회수·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크다. 금·은·동뿐 아니라 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 핵심소재까지 회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전통적인 제련사업을 넘어 재활용 기반의 자원순환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페달포인트는 미국발 고부가 원료 확보 허브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페달포인트의 흑자 전환은 미국 시장 나아가 해외에서의 자원순환 사업이 연착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온산제련소 구리 건식 제련설비 가동과 함께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완성해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순환 분야에서도 국내에서 해외로 이어지는 탄탄한 밸류체인을 구축해 '사업성과 친환경'이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