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 사장 자리는 2023년 11월 제10대 사장인 이삼걸 전 사장이 갑작스레 사퇴한 이후 1년 8개월째 공석 상태다. 이는 창사 이래 최장기간으로 최철규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동안 강원랜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매번 낙하산 인사를 반복해 공공기관 인사의 구조적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65년생인 최 부사장은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보수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2월 사회통합위원회 대외협력팀장에 임명됐고 이후 국민대통합위원회 소통공감부장으로 일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4월에는 여성가족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직능총괄본부 종합상황실장으로 인연을 맺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초대 대통령비서실 국민통합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2023년 6월 대통령실을 떠나 12월5일 강원랜드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야권으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받았지만 최 부사장은 직무대행 기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K-HIT 프로젝트' 등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써 2024년 강원랜드 방문 외국인이 전년 대비 484% 증가했다. 비카지노 부문 매출 역시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455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주당 1170원을 배당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기여했다.
윤리경영팀 운영, 내부통제 관리위원회 신설 등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을 통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주관한 '2024년 사행산업 사업자 건전화 평가'에서는 9개 기관 중 1위를 차지하며 전년도 6위에서 수직 상승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도 창사 이래 최초로 우수 등급(2등급)을 달성하며 청렴 공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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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냐 '낙하산'이냐… 딜레마에 빠진 강원랜드━
강원랜드 노동조합과 폐광지역 단체들은 낙하산 인사와 알박기에 민감한 상태다. 지난 3월 신임 사장 임명을 위한 후보군이 정부에 전달됐으나 현지 단체들의 '정권 말 알박기'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됐다.
새 정부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강원랜드 사장 인사는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부사장의 성과를 들어 내부 승진설이 제기되지만 그 역시 '윤석열 사람'이라는 이유로 알박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친여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또다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배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구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성과가 선임 및 연임의 가장 중요한 결정 변수"라며 "성과가 좋고 청렴하다면 정치색과 관계없이 승진이나 연임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공모, 기획재정부 검토 후 최종 후보자 통보와 주주총회 상정 및 의결,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내부 승진'이냐 '낙하산'이냐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강원랜드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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