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K방산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차제에 방위사업 추진 과정 중 잔존하는 일부 불공정한 제약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내 방위사업에서 국내 기업들의 출혈 경쟁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K방산의 미래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업체들이 현행 '방위사업관리규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개정돼야 할 규정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관·도급 분류'에 관한 내용이다. 관급과 도급 장비의 잘못된 선정이 공정한 경쟁 구도를 훼손하고 업체간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4월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Ⅲ 배치(Batch)-Ⅰ3번함인 신채호함은 도급 장비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다. 신채호함은 2010년 기본설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함수무장체계, 연료전지체계, 수직발사체계의 3종 장비를 도급 연구개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6440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3종 장비 납품으로만 약 2150억원이 청구되자 과도한 비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한화오션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취했다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도급이 아닌 관급 장비로 채택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최근에도 214급 잠수함(장보고-Ⅱ) 성능개량 사업에서 관·도급 문제로 공정한 경쟁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은 소나 중심의 통합전투체계인 독일제 수중센서통합시스템(ISUS)을 국내 기술로 새로 개발해 대체하고 여기에 소나체계를 연동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소나체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LIG넥스원의 장비를 확보하느냐, 못하느냐가 입찰 참여업체에게는 수주와 실주를 가를 수 있는 중요 요소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뢰회피 소나를 도급 연구개발한 LIG넥스원이 해당 장비의 견적을 자신들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HD현대중공업에만 제공했지만 현행 규정상 문제는 없다"면서 "이번 사업을 두고 '입찰의 공정성 훼손, 기술정보 독점, 입찰 담합' 등의 뒷말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상 정부와 업체의 잘못이 아닌 관·도급 규정이 만들어낸 제도의 허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관·도급으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개발비를 부담하는 장비나 체계는 관급 전환을 하거나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에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본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위사업에서 특정 도급 장비업체가 차별적으로 견적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불공정 경쟁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다"며 "더욱이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은 해외 장비 도입 등의 대안으로 연결되면서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급 도급 이슈가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입찰이 종료된 이 시점에 불거지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비 100%를 투입해 항우연이 연구개발을 주도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지식재산권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방산 분야는 수많은 업체가 개발해 참여하는 복합적인 사업인 만큼 특정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주장할 성격은 아니며 보다 심도있는 고민과 합리적 성찰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