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들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상호 비방전으로 확산하면서 혼탁한 양상이 우려된다. 사진은 남산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깡통·꼼수 계약서" "래미안은 꼴찌입니다"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 홍보관)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개최되는 공사비 6800억원 규모의 강남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 홍보관에서 업계 1·3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상호 비방전을 펼쳤다. 두 회사는 자사 홍보와 계약조건 제시보다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데 더욱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에는 고소 난타전이 이어졌다. 대우건설이 관련법을 어기고 조합원 식사 제공을 했다는 삼성물산의 고발에 이어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이 미행과 불법 촬영을 했다며 맞고소했다. 조합은 두 회사에 불법 홍보 금지에 대한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불공정 경쟁의 이면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정비사업 수주시장에 뛰어든 대행사의 역할이 있다. 정당한 홍보 활동으로 포장하지만 실제는 경쟁사에 대해 검증하지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훼손 의도가 있는 네거티브 선전을 이용해 조합원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어 후퇴하는 정치판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가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용산 등 핵심지의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최근 시공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조합원들을 만나 투표를 호소하는가 하면 코로나19 팬데믹 후 자취를 감췄던 임직원들의 도열 행사도 재개됐다.

정비사업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분양 수익이 높아 시공사들의 안정적인 일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사업과 인프라, 공공공사의 경우 영업이익이 낮거나 공사 리스크가 크지만, 정비사업은 매출 대비 10%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올 1·2분기 시공능력 상위 상장 건설업체(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의 영업이익률은 약 4.7%다.
자정 노력에도 비방·고소 '악순환'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하는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개포우성7차 홍보관에서 삼성물산(왼쪽)과 대우건설이 상대 회사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홍보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올 초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은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를 위해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직접 등판하며 상대 업체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6월 용산정비창 재개발 수주전에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와 정희민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도 조합원들을 만났다.

문제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선거 활동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금품, 향응,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린 정보 제공도 금지 행위다.


시공사가 직접 홍보도 하지만 대행사를 이용해 불법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대표 사건이 2022년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한남2구역 재개발 경쟁이다. 두 회사는 이주비 조건과 설계안 등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 업무방해죄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갈등했다.

총 공사비 9500억원 규모의 용산정비창 수주 과정에도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대행사를 이용해 경쟁사를 비난했다. 두 시공사는 상대 회사가 '허위 광고', '기만 행위'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조합의 입찰 마감 후 시공사 선정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해당 기간 동안 대행사를 이용해 네거티브 선전을 의뢰하고 지급하는 보수는 건당 수십억원에 달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