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1978년부터 한국형 전차 생산에 매진해온 현대로템 창원 방산공장이 있다. 창원 공장은 1985년 국내 최초 한국형 전차 K1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2008년 K2 전차 개발까지 성공했다.
한성욱 현대로템 방산공장장은 "창원 공장은 빠른 납기와 신뢰받는 높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30년 이상의 전차 전문 생산인력 운영과 철저한 완성차 검수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창원 방산공장을 방문해 약 두 시간 동안 K2 전차의 제작 과정과 실제 가동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한낮 기온이 33도를 넘었던 이날 창원 공장 내부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엔지니어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전차 구조물 속에 몸을 넣은 채 조립·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품 하나하나 엔지니어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K2 전차 생산은 기계식 생산라인을 갖춘 완성차와 달리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부품 형태가 다양해 기계 조립에 한계가 있어서다. 각각의 특수 철판을 용접해 붙인 뒤 포탑, 포신 등 구조물별로 조립해 하나의 전차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K2 전차는 용접 접합으로 모든 구성품을 완성하는 만큼 엔지니어들의 용접 기술이 핵심"이라며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별도의 이송 장치를 활용해 라인별로 각기 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전차 1대를 만들기까지 10개월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창원 공장은 3차 양산 과정에서 생산 물량이 늘었지만,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설비를 활용해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폴란드로 향하는 K2 전차의 납품 역시 단 한 차례도 지연된 적이 없다.
현대로템은 현재 운용 중인 K1 계열 전차도 주기적인 창정비와 성능 개량을 통해 최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전차의 유지·보수·정비를 담당하는 MRO 기술력은 폴란드가 전차 계약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2차 계약을 통해 현지 방산업체 부마르(Bumar)에 전차 조립·생산 및 MRO 기술을 이전할 예정이다.
K2 전차의 높은 품질도 창원 공장에서 완성된다. 전차 조준 검사장에서는 포탑과 포신 각도를 설정하고, 정확한 사격을 위한 핵심 장치들을 시험한다. 벽에 가상의 표적을 표시, 영점 조준 시험도 진행한다.
이날 폴란드로 수출되는 K2 갭필러(Gap Filler) 전차 두 대의 실제 가동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차가 주행을 시작하자 굉음이 울려 퍼졌고 56톤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에도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안전상의 이유로 주행은 시속 65㎞로 진행됐지만, 체감 속도는 그보다 두 배는 빨라 보였다.
유기압 현수장치(ISU)를 활용해 차체가 앞뒤와 좌우로 기울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앞을 낮추면 저각 사격이 가능하고, 뒤를 낮추고 앞을 들어 올리면 공중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 좌우 기울기 조절은 다양한 지형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차체 위아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수풀에 몸을 숨길 때는 아래로 내려앉고 모래·진흙 등 연약 지반을 지날 때는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차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하루 동안 K2 전차의 기술력과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직접 확인하며 폴란드 수출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실감했다. 현대로템은 향후 폴란드를 K2 전차의 생산 허브로 삼고 유럽 내 제3국으로의 추가 수출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정엽 디펜스솔루션사업 본부장은 "세계의 벽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연구개발과 품질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국정 과제인 K방산 글로벌 4대 강국 진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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