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원 애프터 디 아더'展 (갤러리현대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현대는 이달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원 애프터 디 아더'(One after the Other)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서예와 수묵화 전통을 현대 추상화로 확장해 온 작가의 30여년간의 작업 여정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2024년 매그재단 개인전 '마운틴'(Mountain)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이자, '아트바젤 바젤 2024'에서 호평받은 대형 작업 '트레이시스'(Traces)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김민정은 한지, 먹, 그리고 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사용해 명상적 행위와 반복, 절제의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한지에 겹겹이 쌓이는 먹과 불의 흔적은 그에게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그는 재료를 자연과 조화시켜 독창적이고 시적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관람객에게 정서적 치유와 명상의 순간을 선사한다.

김민정 '원 애프터 디 아더'展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전시 제목인 '원 애프터 디 아더'는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생성되는 연결성과 통일성,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고요하고 느리게 축적되는 삶의 순간들처럼, 전시는 단절과 연속, 파괴와 생성, 개별과 전체라는 상반된 개념이 공존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1층 전시장에서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신작 '집'(Zip) 시리즈 6점을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불태워진 한지 조각들을 층층이 겹쳐 지그재그 패턴으로 엮어 두 요소의 결합과 조화를 표현한다. 밝은색의 한지와 그을린 어두운 가장자리의 대비는 시각적 긴장감을 자아내며, 반복된 패턴은 치유의 시적 언어로 변모한다.

지하 1층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마운틴'과 대규모 설치 작업 '트레이시스'가 전시된다. '마운틴'은 겹겹이 쌓이는 먹의 레이어를 통해 산의 본질에 대한 내면의 이미지를 시각화한다. '트레이시스는 시작과 끝의 경계를 지우는 순환의 개념을 통해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담아낸다.

김민정 '원 애프터 디 아더'展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2층 전시장에서는 '연결'과 '공존'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투명한 한지 조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엔카운터'(Encounter), 가느다란 잉크 선으로 존재의 찰나를 포착한 '프레데스티네이션'(Predestination), 그리고 먹과 수채 물감을 이용해 찬란한 순간을 표현한 '파이어쿼크'(Firework) 등은 관람객에게 존재 간의 연결과 시공간 속 찰나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김민정은 1962년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의 작품은 폰다치오네 팔라초 브리케라시오, 토리노 테이트모던, 런던 대영박물관, 런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 댈러스미술관, 댈러스 RISD미술관, 프로비던스 등 유수의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