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승·캔디스 린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현대는 이강승과 캔디스 린 작가의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을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강승 작가의 4년 만의 국내 전시이자 캔디스 린 작가의 한국 첫 갤러리 전시다. 두 작가는 역사 속에서 소외되거나 잊힌 존재들의 서사를 조명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전시 제목인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은 시인 D. H. 로렌스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억압된 역사가 바람처럼 세대를 넘어 순환한다는 은유를 담고 있다. 이는 또한 자신들의 작업을 통해 고(故) 민영순 작가와 같은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유산을 기리고, 공동체의 기억과 아픔을 연결하려는 두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강승의 신작 흑연 드로잉, 삼베에 금실로 수놓은 자수, 그리고 영상 작품 '피부'(2024) 등 총 30여 점이 공개된다. 이강승은 ‘피부’를 시간과 기억이 기록된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제시하며, 퀴어 역사의 파편을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재구성한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선보인 대형 설치 작품의 연작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이강승·캔디스 린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캔디스 린은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 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다층적으로 해부한다. 그의 신작 회화는 가자 지구 집단 학살 등 동시대의 폭력적인 현실을 목가적인 풍경 이면에 감춘 채 드러낸다. 또한 망간의 독성 개념을 퀴어(성 소수자) 정체성과 연결한 조각 '구토 시계'(2025)를 선보이며, 사회적 통제와 혐오의 구조를 비판한다.

두 작가의 작업은 각각 다른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현실 이면에 감춰진 본질적인 부분을 통찰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은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살아있는 서사를 제안한다.

이강승은 1978년 서울 출생으로, 현재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작업한다. 초국가적인 퀴어 역사의 유산, 그 중에서도 퀴어 역사와 미술사가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다학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의 작품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캔터아트센터, 리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프로비던스 솔로몬구겐하임미술관, 뉴욕 선프라이드재단, 홍콩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캔디스 린은 1979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출생으로,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작품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솔로몬구겐하임미술관, 뉴욕을 비롯한 주요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