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머니S DB
실명 전환 후 근 1년 동안 조직내부 쓴소리가 단 한 건도 없던 전남도청 공무원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상사 갑질과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첫 글이 올라오는 등 내부비판의 물꼬가 터졌다.

도청의 한 공무원이 지난달 중순 신분 노출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등 후환을 우려해 다른 지자체 게시판에 격무를 호소하는 글을 올린지 보름만에 도청 노조게시판까지 비판 글이 올라 온 것이다.


4일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상사 여러분 직원을 자판기로 보지 마십시오'라는 글이 게제됐다.

글쓴이는 "전 우리 노조게시판에 이렇게 글을 써도 제가 누군지 안찾아낼거라 믿습니다. 저같은 고통 겪고계신 우리 직원 동료여러분 참지마시고 못견디겠으면 다들 한마디씩 해주세요"라고 썼다.

이어 그는 "입다물고 있으니 점점 직원들을 하인 노비에다가 개인 감정 쓰레기통으로까지 취급하는거 같네요. 먼저 써주신 분도 감사하고요. 덕분에 저도 참다참다 용기냈습니다"고 했다.


그는 도청 조직문화에 대해 여과없이 폭로했다.

해당 글 게시자는 "상사분들은 맨날맨날 보고만 하고 윗사람 눈도장찍을 생각밖에 없다"면서"보고 기다리며 들고계신 그 자료가 뭔 챗GPT처럼 검색어 넣고 스페이스바 쳐서 쭈르륵 뜨는건줄 아시는 모양인데 직원들은 그거 한페이지 쓰느라 주말 다 반납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3일 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상사 여러분 직원을 자판기로 보지 마십시오'라는 글이 게제돼 1000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홍기철기자
이어 "기절하듯이 자고 있다가 급하게 전화받고 양치질도 못하고 (도청에)나온다. (상사는)완성본 받아서 빨간펜 치며 지적질을 한다"면서 "마음에 안들면 감정표출하고 직원들한테 화내 놓고 끝나면 수고했다 말 한마디로 퉁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가장 윗분이란 생각이 든다. 밑으로 타고 타고 화풀이가 내려오는 것 같은데 어떤 분들만 과잉충성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글은 1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명 노출로 인한 불이익 우려에 단 한건의 댓글도 없는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비실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남 목포와 순천의 자치단체 홈페지에 한 도청 공무원은 용기를 내 A4 두장 분량의 글을 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본보 8월22일자-노조게시판 1년간 개점휴업… 전남도청에 무슨일이?> 참조

이 공무원은 "금요일 퇴근시에 갑자기 내린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금요일 야근, 토요일 회의자료 작성과 일요일 검토를 위한 회의가 반복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돌연사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피로감을 이같이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와 노조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특별휴가와 '업무에 지친 직원들의 넋두리 소통 공간' 마련을 위한 홈페이지 익명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