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 검토를 지시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신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정부가 추진하는 'AI 3강' 진입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AI는 전략적으로 워낙 중요한 산업이고 천문학적 투자재원이 필요하다"며 "독점 폐해가 없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픈AI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2029년까지 월 90만장(웨이퍼 투입량 기준)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구매하는 공급 의향서(LOI)를 맺었다. 현재 생산량의 두배를 넘어서는 규모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시설 확대에 천문학적인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I는 전략적으로 워낙 중요한 산업이고 삼성과 SK가 점하고 있는 위치, 우리나라 산업 정책이나 제조업, 실물경제, 미래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 대통령이)다른 영역으로 번지지 않는 안전범위 내에서 현행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규제로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지배해 편법 승계 등에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됐다. 하지만 디지털경제 전환에 따라 금산분리에 대한 관점과 규제의 기조를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산업이 신기술과 산업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만큼 43년 간 기업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낡은 규제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는 있으나 조건이 까다롭다.

지주회사의 CVC는 지분 100%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설립 가능하고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한다. 투자업무만 영위 가능하며 총수일가 지분 보유기업, 그룹 계열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는 투자가 제한된다. 또한 펀드 조성시 외부자금 비중 40% 이내로 제한하고 계열사나 총수일가 출자 금지, 해외투자는 CVC 총자산의 20% 이내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0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주요 기업인들이 직접 CVC 규제를 완화하거나 기업 펀드 운융사(GP) 허용을 요청한 바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각 기업이 펀드를 조성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기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수십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과 SK의 투자 재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지주회사 CVC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의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부자금에 대한 제약이 완화되는 경우 모회사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LP)의 자금 유치가 추가적으로 가능해져 CVC의 GP역할 수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초대형 펀드 조성과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스케일업 투자 확대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지주회사의 사업 방향과 연계된 전략적 투자와 외부 출자자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재무적 투자가 병행될 것"이라며 "지주회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대규모 펀드조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이는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지주회사는 CVC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이 부각되고 성장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전문 투자기업으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