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금융위원장-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 /사진=뉴시스(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금융투자업권 전반에 모험자본 확충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확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시행 등 제도 변화에 맞춰 증권사들도 자본 확충과 투자 시스템 개선에 나서며 모험자본 순환 구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모험자본 확대 의지에 금투업계도 시동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30일 진행된 금융위원장-금융투자업계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초기술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모험자본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신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종투사 확대를 통해 발행어음과 IMA를 활용한 장기 자금조달을 가능케 하고, 자산운용사에는 BDC·코스닥벤처펀드(코벤펀드) 등 제도를 통한 위험감수형 자본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모험자본 확대는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유입되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복원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하며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를 명확히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부 의지에 맞춰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중기 특화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은 지난 29일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며 NCR(순자본비율)을 553%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IPO·M&A 등 중소기업 성장 단계별 자금 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29일 한국평가데이터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증권의 기업금융 노하우와 KODATA의 1300만개 기업데이터를 결합해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장기 재무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IMA 인가를 신청 중인 NH투자증권은 2028년까지 모험자본 공급 규모를 4배 이상 늘리는 계획을 수립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안정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축했다.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 중인 하나증권도 인가와 동시에 즉각적인 모험자본 공급 확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과 내부조직 정비를 완료했다. 메리츠증권도 발행어음 자산 내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2027년까지 2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험자본 확대, 중기·코스닥 활성화로 직결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모험자본이 확대되면 단기 수익 중심의 자금 흐름이 기술혁신과 산업전환으로 옮겨가면서 경제의 성장 동력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를 통해 모험자본이 공급되면 기존 은행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및 벤처 기업에도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모험자본 확대로 성장 동력을 얻으며 성장 기업들의 무대인 코스닥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자본시장이 단순한 투기가 아닌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투자 허브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구조적 전환을 통해 한국형 '혁신금융' 모델을 완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와 산업 양극화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공급가능한 모험자본 총량 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유형 투자자에 의한 모험자본시장 참여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비상장상태의 고성장 혁신 기업 가치를 높이고 비상장 기업 성장 과실이 민간 투자자로 환류될 수 있다"고 했다.

윤지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험자본 투자가 장려되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새로운 제도가 수립되고 있다"며 "고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금융사들의 이해가 부합하며 벤처투자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