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이번 주 내로 이사회를 열고 사업 재편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과 에틸렌 감산량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내달 말 정부가 제시한 석화 업계 자구안 제출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첫 성과지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에틸렌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 일부 기업만 감축하면 그 상태가 고착화되고 감축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의 수익성은 손해 없이 개선될 수 있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교통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1295만톤인데 정부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25%이상 줄여야 한다. 지난 6월 기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지난해 19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했다. 양사가 합작사 설립을 통해 시설을 통폐합하는 식이라 폐쇄 가능성이 낮은만큼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선 다른 산단의 동참이 필수다.
근본적인 경쟁률을 높일 수 있는 한국의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전환에 대한 지원책도 일본과 다르다. 일본은 에틸렌 생산량 감축에 앞서 2010년대 초부터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스페셜티 제품을 늘렸다. 일본 정부가 R&D(연구 개발) 지원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한국은 스페셜티 제품 전환은 기업만의 몫이다. 2023년 기준 일본은 범용 재품 51%·스페셜티 9% 수준까지 높였지만 한국은 범용 제품 70%·스페셜티 제품은 4%다.
정부가 석화 업계 스페셜티 제품 전환을 돕기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석화업계를 돕기 위해 정책금융 3조원을 제공하고 사업 구조 전환에 1조원 가량을 배정했다.
또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돈이 부족해 스페셜티 제품을 만들지 못한게 아니다"며 "R&D가 핵심인데 한국은 규제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최근 NDC(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준까지 높여 연구에 더 어려움이 생겼다"면서 "(3조원 규모 정책금융은)있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이 업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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