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5개월 동안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하고 있다. 최근 1년 추이를 살펴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시행한 다음 날인 12월4일 1410.1원(이하 정규장 종가 기준)이었다. 이후 불확실한 정치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겹치면서 올해 4월9일 1484.1원까지 올랐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한 뒤에는 1350.0원(6월30일)까지 내렸으나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465원 안팎까지 올랐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은 CDMO 기업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해외 고객사를 상대하는 경우 주로 달러로 수주 계약을 따내기 때문이다. 매출이 원화로 기재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이 높을수록 회계상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CDMO 기업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인건비나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는 있겠으나 매출 증가 효과는 확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CDMO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3분기 매출 1조6602억원, 영업이익 72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견줬을 때 매출은 39.9%, 영업이익은 115.3%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기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웃도는 일명 '깜짝 실적'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1~4공장 풀가동과 함께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에 따라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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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장단 뚜렷한 시밀러… 제약사는 수입·R&D '이중고'━
바이오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로 인한 매출 확대는 가능하지만 원가 부담은 커질 수 있다"며 "환율 변화로 회사가 이득이나 손해를 본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원부자재 및 임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제반 비용이 늘어도 매출 상승 폭이 더 크다"고 했다.
제약사들은 고환율로 인한 부담이 강한 편이다. 해외 임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내수 위주인 사업구조 탓에 수출상 이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높은 원료 의존도도 제약사의 발목을 잡는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30% 안팎에 그친다. 주로 중국이나 인도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데 결제는 달러로 한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원가 부담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연초 대한상공회의소의 업종별 고환율 영향 조사에서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CDMO 업체의 수출분에 대해선 환율 효과가 있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원료의약품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해외 임상 비용 상승 등 R&D(연구·개발)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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