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상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기존 연 1.0%에서 0.1%로 낮췄다. 환율 급등 국면에서 외화예금 유입이 빠르게 늘자 은행이 수신 부담을 감안해 상품 조건을 손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화 관련 이벤트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2월 25일까지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외화 체인지업 예금' 90% 환율 우대 이벤트를 진행한다. KB국민은행도 크리에이터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우대 100%(월 1만달러 상당액 이하), 외화계좌 자동입금(건당 5만달러 상당액 이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은행들의 움직임은 당국의 경계 기류와 맞물렸다. 정책 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 압력의 배경을 수급 불균형에서 찾고 있다. 달러 수요가 확대되는 반면 공급 측면이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는 구조가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잔액은 최근 700억달러에 육박하며 지난해 말에 비해 1조원 넘게 늘어난 상황이다.
당국은 예의주시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을 소집해 외화예금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외화예금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 외화예금을 원화로 환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정부의 구두 개입과 은행권의 금리 조정이 실제로 달러 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느냐다. 고객들이 환율 수준보다 변동 폭이 커지는 구간을 매수 기회로 보는 경향이 강해 정책 대응이 곧바로 수요 둔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커)는 "현장에서는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외화 수요가 즉각 반응한다"며 "지난해 12월 정부의 환율 안정 메시지 이후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락했을 당시에는 오히려 달러 환전 수요가 급증해 지점 내 외화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단기 환전 수요는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수요의 저변은 오히려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PB는 "최근 고환율 국면에서는 단기 환전 수요가 잦아든 모습"이라면서도 "고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 사이에서도 일정 수준의 달러 자산은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화 수요가 환율 변동 구간마다 출렁이고 보유 인식까지 확산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당국이 수급 불균형 해소를 앞세워 속도전에 나서더라도 달러 쏠림을 단기간에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잠깐 꺾일 때는 '지금이 기회'라는 문의가 몰리기 쉽다"며 "정책 메시지나 상품 조건 조정만으로 수요를 빠르게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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