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조성된 전국 혁신도시들이 여전히 '서울 출퇴근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혁신도시를 만들어 놓고 다시 서울로 가게 하면 이전 효과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김천 혁신도시의 현실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경북 김천시 율곡동에 조성된 김천 혁신도시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기술, 조달품질원 등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대표적인 혁신도시다. 조성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주 인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당초 목표는 여전히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도로공사는 전체 임직원 9138명 가운데 약 1100명 안팎이 김천 본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전력기술 역시 2300여 명의 임직원 대부분이 김천 본사 근무 인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의 생활·소비 기능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김천 혁신도시의 풍경은 급격히 달라진다. 오후 4시를 전후해 공공기관 사무실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주말을 앞둔 저녁 시간임에도 거리와 상권은 눈에 띄게 한산해진다. 식당과 카페는 손님을 찾기 어렵고 일부 상가는 문을 닫는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금요일 상경'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수의 직원들이 금요일 오후 조기 퇴근 후 기관이 마련한 통근버스로 KTX역으로 이동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생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은 수도권에 두고 근무만 지방에서 하는 '주중 근무·주말 상경'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혁신도시는 업무 공간에 머물고 주거와 소비 기능은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상권 위축과 도시 공동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 상인들은 "사실상 장사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라며 "금요일 저녁이면 혁신도시는 불 꺼진 도시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혁신도시 내 공실 상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사회에서는 공공기관의 통근·상경 관행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정주 유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사람이 머물고 소비가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혁신도시는 '평일 도시, 주말 공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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