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자금은 넘치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은 620조439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총자산 558조407억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62조3984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정부 예산인 325조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이처럼 총자산이 증가한 이유는 보험료가 늘어난데다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일시납 연금보험 등에 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보험사들은 이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저축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은 최근 즉시연금보험 판매를 중단했으며 삼성화재는 은행창구를 통한 일시납 저축보험을 받지 않기로 했다. 또 동부화재는 은행을 통한 일시납 저축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무제한이던 가입한도를 1억원 미만으로 낮췄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잘 운용해 추가 수익을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저축보험은 평균 4.9~5%대 이율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워낙 저금리인데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새로운 수익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빅3' 생명보험사들은 오히려 자금 유치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 다이렉트e저축보험'을 8월1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특화상품으로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설계하고 가입할 수 있다. 보험기간은 5년부터 10년까지 1년 단위이며 납입기간도 보험기간 내에서 3년부터 10년까지 1년 단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대한생명은 오는 9월 새로운 저축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보장은 물론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교보생명 역시 내부적으로 새로운 저축보험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저축보험의 경우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내부구조를 보면 사실과 다르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느 회사가 얼마나 안전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 생보사들은 얼마든지 고객 자금을 흡수할 수 있고 다양한 곳에 투자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저축보험시장을 놓고 생보사 '빅3' 간 경쟁이 더 뜨거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