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SUV는 25만363대로 전체 판매대수의 21.3%를 차지했다. 그동안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보유하고 있던 중형차(20.3%)나 준중형차(18.6%)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지난해 내수 판매비율이 2.9% 감소한 상황에서 SUV의 판매 신장은 고무적이다.
SUV시장이 성장하면서 완성차업계는 시장 장악의 카드로 고급화·다양화 전략을 꺼내들었다. 최근 연이어 프리미엄급 SUV와 기존에 없던 소형 SUV를 차례로 공개하고 시장 선점에 불을 당기고 있다.
현대차 맥스크루즈
쌍용차 SIV-1
◆현대차 vs 쌍용차, 프리미엄 SUV 경쟁 '후끈'
국내 완성차업계의 SUV 프리미엄 전략은 자동차 제조사의 미래전략을 엿볼 수 있는 모터쇼에서 드러난다. 지난 5일(현지시각) 시작된 83회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 국내 완성차업계가 내놓은 공통분모 역시 프리미엄 SUV였다.
현대차가 '간판선수'로 내세운 차는 대형 7인승 SUV인 '그랜드 산타페'(국내명 맥스크루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그랜드 산타페는 지난해 4월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모습을 보인 프로젝트명 NC의 각종사양을 유럽 사정에 맞춰 개선한 차다.
앨런 러쉬포스 현대차 유럽법인 수석부사장은 "그랜드 산타페의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을 현대차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현대차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지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이미지 상승을 프리미엄 SUV를 통해 이루겠다는 계산이다.
제네바모터쇼에 등장한 다른 국내 브랜드 역시 프리미엄 SUV를 공개하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 SUV의 강자 쌍용자동차는 프리미엄 중형 SUV인 콘셉트카 SIV-1(Smart Interface Vehicle)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SIV-1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에 첫선을 보였던 XIV 시리즈와 함께 쌍용자동차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쌍용차의 글로벌 전략모델이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과 높은 안전성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쿠페를 운전하는 듯한 즐거움을 SUV에서도 느낄 수 있게 했다는 것이 쌍용차 측의 설명이다.
쌍용차가 지난달 먼저 출시한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프리미엄 SUV시장을 공략한 차다. 표면상 다목적 다인승 레저차량(MLV) 형태를 띠고 있지만 SUV의 스타일과 세단의 안락함을 표방한 차라는 점에서 프리미엄 SUV로 구분된다.
반응은 뜨겁다. 출시 보름 만에 880대가 팔렸고 계약대수도 2000대를 넘어섰다. 전 모델인 로디우스가 지난해 1000대도 팔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신차효과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치다.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 확대를 통해 과거 코란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캡처
◆한국지엠 vs 르노삼성, 실용성 가미한 소형 SUV '맞불'
현대차와 쌍용차가 프리미엄급 SUV로 경쟁하고 있다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소형 SUV 대결을 진행 중이다.
포문은 한국지엠이 먼저 열었다. 쉐보레는 국내 자동차 중 처음으로 1.4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소형 SUV 트랙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2000cc 디젤엔진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SUV시장에 1400cc 가솔린 엔진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솔린엔진을 통해 디젤엔진이 가진 소음과 진동을 잡으면서 SUV를 원하는 소형이나 준중형 오너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이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1940만~2289만원)으로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637대가 팔리며 선전하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트랙스의 대항마로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도시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캡처(QM3)를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쉐보레 트랙스(4248mm)에 비해 더 짧은 4120mm다. 쏘나타의 길이가 4820mm이고 제법 길이가 짧은 SUV에 속하는 스포티지R의 길이가 4440mm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초미니급이다.
아직까지 엔진 배기량 등 주요 제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 출시를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트랙스에 비해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모터쇼에 공개된 캡처에는 무단변속기의 일종인 EDC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TCe 120엔진이 장착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SUV시장에서 차량 콘셉트를 포지셔닝하려는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결국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쪽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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