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장 내 고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직무 만족도를 조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승진 혹은 더 좋은 근무지로 옮긴 경우 직무 변화에 대한 만족도를 5년간 추적했더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무로 바꾼 지 1년이 지난 이후에는 직무를 바꾸기 전 심리 상태로 돌아갔다. 그들의 평균연봉은 13만5000달러였다. 물론 직무를 바꾸지 않은 사람들보다 좋은 경험을 많이 했지만 만족도는 낮았다.

우리는 좋아하는 도시, 음악, 예술품, 음식 등이라 해도 너무 익숙해지면 즐거움을 잊기 쉽다. 직무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무리 좋아도 점차 그 느낌은 연못처럼 말라간다. 더구나 남들과 비교까지 하게 되면 자신의 일에 더욱 만족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것은 아무리 직무를 바꾸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도 행복감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행복의 신화>는 ‘쾌락적응’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행복감이 잘 지속되지 않는 원인을 밝혀, 어떻게 하면 ‘행복의 관습화’를 막고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알려준다.

무엇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우리 누구에게나 발견된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소득과 행복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저자는 가난한 이들에게 더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물건을 통해 얻는 행복은 오래가지 못할뿐 더러, 그런 행복에 집착하다 보면 과소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폐단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경험에 돈을 쓰라고 말한다. 경험은 오래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 가지만 물건은 점점 낡으므로 가치가 감소된다. 무엇보다 경험은 도전과 모험을 유도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유일무이한 가치들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무엇보다 몇번의 큰 경험보다는 작은 즐거움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러한 경험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나누고 증진시킬수록 행복이 증대한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나오는 즐거움들이 계속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쾌락에 금방 무감각해지는 이른바 ‘쾌락적응’을 방지·지연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노화를 피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병을 얻기 마련인데, 저자는 병에 걸리면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행복의 신화라고 본다. 긍정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을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에 따르면 긍정적인 감점과 기쁨은 자신은 물론 친구, 가족, 지역사회, 나아가 사회 전체를 기쁘게 하는 선순환을 낳는다. 긍정적인 감정은 기쁨을 낳아 면역체계를 개선하고 병에 걸릴 확률을 낮춰,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창조력을 발휘해 성공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마태효과(Matthew effect)다.

이와 같이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핵심은 그 어떤 좋은 일이나 근사한 조건과 멋진 환경을 누려도 사람은 곧 둔감해지고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잘 인식해 쾌락에 적응하는 것을 늦추거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강조한다. ‘파랑새’를 찾아 끊임없이 부유하는 삶은 결국 행복보다는 공허감을 낳고 무한경쟁 속에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수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끊임없이 행복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그 행동은 몇개의 크고 강력한 것이 아니라 작거나 소소한 것의 연속이어야 참다운 행복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돈이나 지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일상 속에서 상호관계를 만들어야 비로소 행복이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냐 루보머스키 지음 | 지식노마드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