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연구위원
주 오래 전 우리 인간이 동물을 기르는 이유는 단순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식용이었거나, 인간의 노동력을 보조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생겼다. 단순히 동물이 귀엽고, 좋아서다. ‘고기’와 ‘노동력’과 같은 혜택이 없더라도 기쁨이나 만족감으로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소위 가축에서 애완(愛玩)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인데, 최근에는 이 애완의 수준을 넘어 반려(伴侶)의 자리에까지 오르고 있다.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란 뜻으로, 이제는 사람의 지위에 근접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갈수록 애완동물과 관련한 가계의 지출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 증가세가 더욱 눈에 띈다. 대략 4년여 사이 만에 전국 가계의 애완동물관련 지출비융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렇게 애완용을 넘어 반려자로서의 역할이 크게 증대된 것은 우리나라 가구형태의 변화양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어느 누구와도 같이 살고 있지 않는 1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애완동물이 반려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동물의 역할은 진화 중

지난 2000년에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25% 수준까지 증가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인 셈이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서 현재 35%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로워지고 우울해지는 노년에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되면서 1인가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25% 수준인 1인가구의 비율은 대략 20여년 후인 2035년에는 35%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경우 향후 동물이 수행하는 반려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려자로서의 동물역할이 증대되고 있고 또 향후에도 계속 증대될 필요가 있는 이유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겨워하면서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점차 개인화되면서 자살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점은 노년을 힘겨워하는 우리사회의 감추고 싶은 한 단면이다.

이처럼 정신적으로 힘겨워지는 노년에 같이 할 사람은 없고, 이에 따라 그 자리를 동물이 대신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권장될 만한 사항이기도 하다. 

▶어려움도 있지만, 반려동물은 계속 증가할 것…
하지만 어떤 일에서든지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인데, 애완동물 키우기도 마찬가지다. 고령자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이런저런 부담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동물을 돌보는 것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기력이 떨어지면서 산책은 고사하고 목욕시키는 것조차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어서 경제적으로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공간이 협소해서 못 키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담과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노령이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들의 많은 부문이 동물을 통해서 치료받고 위안받을 수 있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동물이 수행하는 반려자로서의 역할은 이런저런 사회현상과 고령화 등을 감안할 경우 앞으로서도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령자가 애완동물을 기 경우 좋은 점 

1. 사회적 행동을 증가시켜 사회적 고립을 막아준다.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사회적 관계가 좁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적 관계의 핵심이었던 직장에서 은퇴를 하게 되고, 배우자 및 친구들과 사별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사회와의 접촉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건강이나 경제상태가 악화될 경우 사회적 단절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완동물은 사회와의 끈을 유지시켜 주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애완동물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유대관계가 쉽게 형성되기도 하고, 애완동물을 통해 사회성이 유지 및 증진되기도 한다.

2. 심리적 안정감을 증진시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애완동물은 실제로 정신건강의 유지나 치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애완동물의 정신치료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와서야 몇몇 사례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만성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반려견(伴侶犬)을 동반한 방문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많은 환자들에게 있어 병적 증상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으며, 환자들의 얼굴표정이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대화가 늘어나는 등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반려견 방문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연구, 김성천, 노혜련 학술논문, 1998). 

따라서 홀로 지내는 고령자의 경우 내향성 증가와 사회적 단절로 우울증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곁에 애완동물이 있을 경우 그럴 가능성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혼자 있을 때 느끼게 되는 외로움 역시 크게 감소한다. 

3. 신체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애완동물은 키우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증가하게 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일이므로, 먹이주기, 목욕시키기, 산책시키기 등과 같은 매일 일정량의 움직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에 규칙과 리듬이 생기게 된다. 특히 애완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애완견의 경우 산책과 같은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이므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 역시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규칙적인 생활리듬과 운동이 육체적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