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주식회사의 모리카와 아키라 대표가 8월21일 일본에서 열린 ‘헬로프렌즈 인 도쿄 2013’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봉철 기자
네이버가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들고 유럽·북미 시장을 노크한다. 올해 라인의 글로벌 이용자 3억명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 한류지도를 그리겠다는 포부다.

일본시장을 찍고 이제 미국·유럽·중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것인데 앞에도 뒤에도 태산이 버티고 있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1위를 다투는 중국 '위챗', 미국의 '왓츠앱'의 아성을 넘어서야 하는 동시에 가입자 11억명에 이르는 페이스북이 선보인 '챗 헤드'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현지화 전략 빛난 '라인'

전세계 라인 가입자는 2억300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해외 이용자가 90%이상이다. 가입자수 1억명 돌파에 19개월이 소요됐으며, 이후 또 1억명을 확보하는 데에는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내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에 대응해 아예 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향 서비스로 콘셉트를 잡았던 게 주효한 것.

라인의 해외 가입자수는 일본이 4700만명으로 가장 많고, 태국(1800만명), 대만(1700만명), 스페인(1500만명), 인도네시아(1400만명)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용자들이 라인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라는 서비스를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데에 성공했는데 여기에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캐릭터 스티커를 도입하고 운세 등 현지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콘텐츠들을 개발한 것. 이 가운데 캐릭터 스티커는 라인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말없이 스티커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원미 네이버 차장은 “일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라인이 도입됐다”며 “귀여운 스티커를 좋아하는 10·20대 일본 여성들에 맞춰 캐릭터 스티커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이 시장에서 이용자를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라인 현지화 전략은 대만, 인도네시아 등 일본 외의 국가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 현지 유명 출판사가 라인에 공식계정을 오픈하고 매일 영어 콘텐츠를 서비스함으로써 별도 마케팅·광고 활동 없이 구전으로만 113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는 효과를 봤다.

그런가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함께 라인 계정을 통해 오랑우탄 보호캠페인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라인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인구 대비 스마트폰 보급량)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확대되는 동안 모바일 메신저 가입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증가해 온 셈이다.


◆'막강' 글로벌 메신저 점령지, 뺏을 수 있을까?

이제 네이버가 바라보는 시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이다. 지난 8월21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헬로, 프렌즈 인 도쿄 2013'(Hello, Friends in Tokyo 2013) 컨퍼런스를 통해 해당 국가를 '중요한 시장'으로 거론한 것.

우선 유럽 시장공략에 집중하고 그 다음 북미시장을 잡겠다는 구상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중국시장에는 현지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가입자 3억명을 확보한 텐센트의 '위챗'이 버티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북경, 상해, 심천 등 주요 도시와 여성 유저, 쇼핑·여행 등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을 1차 타깃으로 삼아 이들과의 접점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100개 이상의 앱마켓이 존재하는 중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그동안 현지 앱마케터들과 상생협력모델을 구축해 주요 앱마켓에 라인 서비스를 등록한 만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 등 글로벌 시장 전반에 걸쳐 인기를 끌며 3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과의 승부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에만 집중하는 왓츠앱과 달리 스티커, 동영상, 게임, 음악 등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라인의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K-POP·J-POP·팝송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원 제공 서비스 ‘라인 뮤직’, 스마트폰에 특화된 전자상거래 서비스 ‘라인 몰’, PC와 스마트폰으로 라인의 유료 스티커나 라인 게임 유료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라인 웹스토어’, 11종의 신규 게임 등 라인에 새롭게 추가될 콘텐츠들이 중요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왓츠앱은 심플한 메시지 앱의 선두주자"라면서도 "하지만 유저들은 커뮤니케이션 이외에 스티커, 동영상 기능 등 폭넓은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인은 게임, 콘텐츠, 음악 등 유저들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품질을 향상해 서비스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인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시장의 복병으로 떠오른 '챗 헤드'의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 챗 헤드는 전세계 11억 5000명의 이용자 기반을 이용해 페이스북이 내놓은 서비스다.

페이스북 이용자 중 스마트폰 이용자는 약 6억명. SNS와 메신저·문자를 페이스북 하나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할수록 라인의 글로벌시장에서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국 1000만 가입자 확보가 관건

라인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국에서 얼마나 빨리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가입자 승수효과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라인은 가입자의 승수효과에 힘입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해 나갔다. 가입자가 어느정도 확보되면 이들끼리 관계를 형성하면서 승수효과가 발생해 그 수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가입자가 보통 1000만명이 넘으면서 빠르게 발휘되고 있다는 게 이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한편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가입자수를 4억명으로 추산했을 때 라인의 가치는 2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인 매출액은 지난 2분기 기준 1119억원이며 7월 약 470억원(41억엔)으로 집계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