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한 손님에게만 정성' 통했다…50만원대 웨딩드레스, 해외진출 추진

"55만원. 금주의 드레스 판매가격입니다." 서울 삼청동의 한옥주택을 개조한 웨딩숍 아야소피아 앞에 붙은 문구다. 대여비만 100만원, 200만원이 훌쩍 넘는 드레스를 5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광고에 지나가는 여성들의 발길이 절로 멈춘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종잣돈 6000만원으로 문을 연 조그마한 가게이지만, 이미 예비신부들과 웨딩업계에는 널리 알려진 이색 숍이다. 웨딩드레스라는 상품의 특성상 한 번에 수백벌이 팔려나가지는 않지만, 주말 예약 평균 10건이 100% 판매로 이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이 웨딩숍의 박혜정 사장(33)은 "거품을 뺀 웨딩종합회사를 세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웨딩드레스 판매는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웨딩숍을 연지 이제 갓 돌을 넘겼지만, 미래의 슈퍼리치에 한발 더 다가선 박 사장은 "무엇보다 내 사업을 시작한 후 느끼는 행복의 질이 샐러리맨 시절과 비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50만원대 드레스, 글로벌 커플 중심으로 인기

 
4년 전만 해도 박 사장은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다. 경제학과 졸업 후 은행에 취직해 '월급쟁이로 사는 것도 괜찮구나'라며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지냈다. 하지만 승진하기 위해 옆 사람과 경쟁하는 체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사들을 본 뒤 미련 없이 사표를 썼다. 그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허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샐러리맨 대신 선택한 사업아이템은 '웨딩'. 지난 2011년 결혼준비 과정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분통을 터트린 경험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 신혼여행으로 떠났던 남미에서 6개월간 머무르며 웨딩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남미의 결혼은 그 자체로 축복이자 축제였다. 결혼 한번에 가계가 휘청거리는 우리의 웨딩문화는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귀국한 뒤 남편과 투자금 1억원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다만 이 중 40%는 비상금으로 남겨두고 6000만원을 가게 투자금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가게를 낼 수 있는 곳은 서울 시내에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웨딩업체들이 몰려있는 청담동이나 아현동이 아닌 삼청동의 한 골목으로 장소를 정했다.
 
"사실 매장이 너무 외진 곳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죠. 하지만 기존 웨딩숍들과는 영업방식부터 전략까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특색 있는 한옥 웨딩숍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업방식도 여타의 웨딩숍들과는 다르다. 철저히 예약제로 운영한다. 그 시간에는 오롯이 한 고객에게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예약손님이 없는 평일에는 한가로운 시간도 많지만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드레스를 판매해야겠다는 마음을 누르고, 고객이 편안하게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을 때는 가을 성수기였어요. 그런데도 주말 예약이 한 건도 없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한번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인터넷 카페에 후기를 올린 후 예약이 늘기 시작하더군요. 입소문이 중요한 것 같아요."
 
느리더라도 정석대로 가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 아야소피아의 주고객은 국제결혼을 하는 커플이나 색다른 결혼을 계획하는 신세대다.
 
"외국으로 드레스를 가져가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경우나 긴 시간 축제같이 웨딩을 진행하려는 커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웨딩드레스가 국내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저렴한 드레스 판매는 앞으로 더 인기를 끌 것 같아요."
 
그렇다면 50만원대 드레스는 어떻게 탄생됐을까. 그는 드레스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해 드레스 제작자와 업체를 수소문했지만, 이미 수입드레스가 시장을 장악한 국내 웨딩업계에서 자체 제작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대안은 홍콩이나 말레이사아 등에서 웨딩드레스를 직접 골라 수입하는 것이었다. "수입한 드레스를 국내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변형하니 품질도 고가의 드레스 못지않아 고객들이 매우 만족스러워 합니다."
 
오픈 1년 만에 주말 매출이 0원에서 500만∼700만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웨딩드레스 판매는 그가 그리는 사업아이템의 일부일 뿐이다. 그는 웨딩드레스와 소품, 사진 등을 패키지로 한 상품을 개발해 올 연말 일본 박람회에 참가, 글로벌시장 개척에도 첫 발걸음을 뗄 계획이다.
 
"수입한 드레스와 소품 등에 우리 색을 입혀 역수출하는 게 목표예요. 오프라인 판매는 물론 온라인시장의 힘을 빌리면 글로벌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