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결과도 드라마틱했다. 이 물건의 낙찰자 P씨는 감정가 4억3400만원보다 1979만9000원 더 많은 4억5379만9000원을 써냈다. 2순위 응찰자도 신건 낙찰을 노리고 감정가보다 1889만원 더 많은 4억5289만원을 써낸 것으로 파악됐다. 신건임에도 불구하고 100만원도 안 되는 금액 차이로 낙찰과 패찰이 갈린 것이다.
경매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신건에 입찰표를 적어내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는 것.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가격 메리트도 신건에서 부각되고 있어서다.
부동산경매정보 전문기업 부동산태인의 조사 결과, 새해(1월1일~2월5일) 들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물건 15개 중 11개가 신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건 상태에서 낙찰된 11건 중 입찰자가 2명 이상 나와 경쟁이 붙었던 사례도 2건 있었다. 가격이 저감되지 않아 메리트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신건 입찰에서 경쟁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케이스라는 게 경매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경매전문가는 “지난달에는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현대아파트 물건이 경매장에 나오자마자 새 주인을 찾았다”며 “입찰자들이 몰리는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도 아닌 감정가만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가 신건 상태에서 입찰됐다는 것은 큰 변화임에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매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경매통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경매장에 나온 서울 소재 아파트 신건수는 202건으로 이중 3.47%에 해당하는 7건이 신건 상태에서 낙찰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아파트 신건 269개 중 신건상태에서 낙찰된 물건은 단 2건(0.74%)에 불과하다. 1년 전에 비해 5배 가까이 낙찰률이 올라간 것이다. 더구나 2월 들어서는 현재(5일 기준)까지 총 44개의 신건 중 4개가 낙찰돼 신건낙찰률이 9.09%에 달하는 상황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신건’ 왜 주목받나
경매시장에서 대다수 실수요자들은 2회 이상 유찰돼 가격이 떨어지면 매입에 나섰던 게 보편적이었다. 이처럼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신건이 백조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높아지는 입찰경쟁률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낙찰 난이도가 높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은 신건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월말이 돼야 보다 객관적인 결과가 나오겠지만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더라도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면서 “이처럼 아파트 신건에도 입찰자가 나서기 시작한 것은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입찰경쟁률이 7대 1을 넘어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 난이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경매 입찰경쟁률은 지난 1월 말 기준 7.12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3차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서울 아파트경매 월간 입찰경쟁률이 7대 1을 넘은 적이 없었다. 시장의 체감 경쟁률이 수치 이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입지가 좋고 가격이 낮은 아파트의 경우 심심찮게 20명 넘는 입찰자가 몰리고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경매 낙찰가율도 83.09%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3%에 비해 8.79%p 올랐다. 다수의 실수요자들이 시장으로 유입되다 보니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보다는 시세에 근접한 가격을 써내야 낙찰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낙찰가율 상승국면을 이끌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법정에 나오는 아파트의 감정가가 현재 시세가 아닌 3~5개월 이전의 시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신건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경매물건은 진행절차 상 경매개시가 결정된 이후 빠르면 3개월, 늦으면 5~6개월 후에야 첫 번째 입찰이 진행된다. 때문에 최근 경매법정에 나오는 아파트 신건 중에는 시세 하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감정된 케이스가 적지 않다. 현재 집값이 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보니 이 같은 부분에 주목한 입찰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신건낙찰사례와 낙찰가율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팀장은 “아파트 경매시장이 예년에 비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경매정보가 계속 대중화되면서 경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아파트는 시세정보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해 입찰가 산출이 용이하고 다른 부동산에 비해 권리관계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 입찰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낙찰받기 쉬운 신건 쪽으로 입찰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양상”이라며 “신건낙찰과 고가낙찰이 다반사였던 2000년대 중반 경매 호황기 시절의 재현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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