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삼겹살을 바라보면 노릇노릇 먹음직스런 자태에 군침을 꿀꺽 삼키는 한편, ‘고기는 건강에 나쁘니 자제해야겠다’라는 불편한 양가감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웰빙 시대에 육류는 항상 죄책감을 동반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육류 자체보다 곁들여먹는 반찬의 구성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기와 궁합이 맞는 식재료를 접목하면 육류를 섭취하면서도 균형있는 밥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미소락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인천 검단에 위치한 <미미소락>은 곤드레나물로 지은 밥과 남도풍 밑반찬을 곁들여 ‘속 편하게’ 암돼지구이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소소한 맛의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집은 전라도 목포 출신의 주인장 부부가 운영한다.


‘소중한 우리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삼겹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품질이 보증된 국산 암퇘지를 선보이고 있다.


뽀얀 우윳빛 지방층과 연홍색 살코기는 어느 곳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하다. 건강하게 기른 돼지라서 육질이 부드럽고 잡냄새 없이 돼지 본연의 풍미가 가득하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불판은 한쪽으로 기름이 빠지게끔 경사지게 디자인되어 고기와 김치를 함께 굽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감자, 양파, 콩나물 등 각종 재료를 듬뿍 올려 지글지글 구워먹는 형태의 삼겹살(1만2000원)은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파 스타일 삼겹살’이다.


따뜻하게 열을 받아 매운 기운은 빠지고 단맛이 느껴지는 파무침이나 수준급 맛을 자랑하는 남도풍 파김치는 불판에 함께 구워 돼지고기에 곁들여먹기에 좋다. 특히 해남에서 공수해온 묵은지는 돼지기름과 만나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불판에 고기며 김치를 구워먹는 소박한 즐거움은 그야말로 미미소락(味味小樂)이다.


이 집에는 암퇘지 통구이만큼이나 인기 있는 메뉴가 있는데, 바로 ‘곤드레가마솥 정식’(9000원)이다. 곤드레밥은 찹쌀과 곤드레나물을 넣고 작은 무쇠 솥에 즉석으로 지어낸다.


솥뚜껑을 들춰보면 모락모락 뜨거운 김과 함께 향긋한 곤드레향이 피어오르며 식욕을 자극한다. 그 위에 들기름을 살짝 둘러 향과 윤기를 더했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곤드레는 강원도 영월과 정선에서 가져온다.


주인장 부부가 고깃집을 열기 전부터 곤드레밥집을 운영해온 만큼 흠잡을 데 없는 맛을 낸다.


곤드레 나물은 혈관을 막는 '혈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피를 맑게 하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의 효능이 있으니, 삼겹살을 먹은 뒤에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나물밥이 있을까.


더불어 돼지고기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배탈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들기름은 따뜻한 기운을 가진 식재료라 이 또한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곤드레밥과 함께 시래기나물, 참나물, 도라지나물, 고구마순 등 나물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지는데 구성으로 보나 양으로 보나 건강한 '시골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곰취나물에 싸먹을 수 있게 내어오는 제육볶음도 만족도가 높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품질 좋은 최상급 암퇘지구이에 감탄하고, 뒤이어 식사로 나오는 곤드레밥으로 또 한 번 놀란다. 담백한 곤드레밥으로 입안의 기름기를 씻어주어 뒷맛이 깔끔하고 속도 편하다. 건강에 대한 걱정보다는 '몸보신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고깃집이다.


가게를 나서는 발걸음도 가뿐하다. 미미소락에서 삼겹살을 먹을 땐, 죄책감은 살짝 접어두어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