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욕심쟁이 임금님이 있었다. 어느 날, 한 재봉사가 찾아와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어리석음이 들킬까 두려웠던 신하와 임금은 투명 옷을 입고 벌거벗은 채 거리를 활보했다. 이를 본 어린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자 그제야 어른들은 자신들이 속았음을 깨닫는다 -  안데르센의 동화


2014년 3월, 한 남자가 벌거벗었다. 지난 21일 ‘그런 남자’ 싱글앨범 발매 후 단 4일 만에 온라인 음원 사이트 멜론 1위에 등극했으며, 타 음원 사이트에서도 상위권을 들락날락한 가수 브로(Bro)가 그 주인공이다. 


브로는 직설적인 노래 가사로 여성을 비하하는 노래라는 비판을 받음과 동시에 극우적 정치 성향이 짙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밝히며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는 것일까.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통해 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말해줘야겠다.



▶‘강철 멘탈’이라도 되느냐.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부터 정치적 성향까지 몰매를 맞고 있다. 무슨 생각이었나.



“다이아몬드 멘탈이기는 하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고 전략적으로 노린 것도 아니다. ‘재미있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고, 다음으로는 ‘사회 비판’ 내용을 담았고, 마지막으로는 ‘음악적 완성도’를 고려했다. 현재 소속사 대표님과 반 년 전쯤 술자리에서 가벼운 농담을 오갔다. 어장관리 하는 여자, 콧대 높은 여자, 자신의 주변에는 소위 괜찮은 남자가 없다고 말하는 여자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일부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라면 100%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턱밑까지 차올랐던,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일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지 모른다.



“솔직하고 싶었다. ‘일밍 아웃’(일베 회원임을 밝힌다는 의미)이라고들 한다. 뭔가 감추고 숨기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일베’에서 활동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하고 있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나중에 밝혀졌다면 더욱 문제가 커졌을 것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밝힌 것은 아니다. 인터넷 서핑이 취미이고 웃고 싶었던 내가 우연히 찾게 된 곳이 ‘일베’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부분이 화제가 되리라곤 미처 생각 못했다.”



▶최근 ‘일베’ 커뮤니티에 올린 자필편지를 삭제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유가 있나. 여론을 의식한 것은 아닌가.



“사람된 도리로 단순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음반이 발매되자마자 ‘일베’ 회원들이 내 노래를 많이 들어줬고 응원해줬다. 그래서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스폰서 콘텐츠 코너에 공지글 형식으로 12시간을 게재했다. 24일 오후 2시부터 새벽2시까지. 12시간이 지나고 내려졌다.”



▶가사 속 스토리는 경험을 토대로 했나.



“경험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의 연애 스토리를 듣고 짜인 픽션이다.”



▶가사 중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를 키워보아도, 숨길 수 없는 단 하나의 진실,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라는 부분은 특히 여성 비하가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특정 여성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혹시 이 가사와 이 노래로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사죄할 일이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이 가사 속에서 지칭한 여성은 외모지상주의의 성형 중독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야멸차게 남자를 찬 여성,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만을 고려한 남성 편력을 지닌 여성 등이 될 수 있다.”



▶가사도 애매하고, 답변도 애매하다. 애매한 것은 콘셉트인가.



“가사 작업만 석 달이 걸렸다. 표현과 말투, 단어들을 세심하게 수정했다. 특히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야’라는 가사에서 ‘애매하다’는 표현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이 노래를 대표하는 매우 특별한 부분이다. 노래 마지막 부분인 ‘애~! 매한 놈들이’라는 부분을 특별히 강조해 부른 이유다.”



▶‘그런여자’ 버전을 발표할 계획은 없나.


“인터넷 상에 이미 ‘그런 여자’ 버전부터 다양하게 가사를 패러디한 분들이 있다. 그 분들보다 더 뛰어난 노래를 만들 자신은 없다. 좀더 다르고, 다양한 주제들로 곧 미니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로 이뤄진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제작됐나. 실제 대화가 아니냐는 말도 있다.


“실제 대화는 아니다. 여건이 못돼 뮤직비디오는 차마 제작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전기세와 약간의 노동력이면 만들 수 있는 ‘카카오톡’ 기획을 대표님께 제안했다. 묘령의 여인 ‘채널(ChaNnel)’ 양을 설정해 대표님과 대화를 하며 캡처했고, 그 장면들을 이어 붙여 영상을 만들었다. 리얼한 대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주변의 여성 지인들에게 가사를 뮤직비디오처럼 보냈다. 그 때 나온 반응과 말투, 답변들을 활용해 리얼리티를 가미했다.”



▶티저 영상은 어떻게 만들었나. 뮤직비디오를 봐야 이해가 되는 티저 영상은 의도한 것인가.


“어디까지나 ‘풋’ 웃어주길 바랐다.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나만의 개그 코드로 웃음을 주고 싶었다. 역시나 제작 여건이 충분치 않아 저작권에 문제가 되지 않는 영상들을 유쾌하게 편집했다. 이 영상을 보고 누군가 ‘하하’하고 웃었다면 그것으로 됐다. 혹은 가창력을 비롯해 음악성, 노래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좋으니 말 해 달라.”



▶앞으로도 ‘브로’가 얘기하는 그 ‘개그 코드’는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재미있고 신선한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현실, 사회 비판, 풍자 등을 개그로 풀어내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을 노래에 담을 것이고, 소소한 이야기부터 사회 현실 비판까지. 주제는 다양해질 것이다.”



▶‘일베’, ‘가사내용’을 제외하면 ‘브로’는 지금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나.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나는 89년생 26살이고. 19살 때부터 지역 축제, 축가 등의 행사 공연만 숱하게 해온 생계형 가수지망생이었다. 좋은 기회가 생겨 데뷔 음반을 냈고, 지금 대표님이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줬다. 나도 어렸을 적부터 인생의 굴곡이 많다면 많은 사람이다. 누나 둘 밑에서 자란 막내이기도 한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졌다.


“남들처럼 연애도 했고, R&B 발라드를 좋아해 가수라는 꿈을 키웠다. 남들과 평범하지 않은 점이라면 쉬어본 적이 없다는 것뿐이다. 물론 지금 그토록 그리던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스무살이 되고부터는 너무 정신없게 살아왔다.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공황장애’를 앓은 적도 있다. 당시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했다. 지금은 거의 완쾌됐다.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진 촬영은 왜 사양했나.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라면 자의인가, 타의인가.


“일부러 노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런 남자’가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오르내릴 정도의 반응을 나타낼지 몰랐다. 미니앨범 발매 전 가벼이 발표한 노래였기 때문에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



브로의 ‘그런 남자’는 현재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심의가 진행 중이다. 다이아몬드 같은 굳건한 정신력을 가졌다는 그는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하나의 현상으로 봐주세요.”



한 남자의 표현의 자유는 혹자의 선입견과 싸우고 있으며, 심사숙고 없이 섣불리 속을 드러낸 이 남자는 노래가 아닌 성향으로 비난받고 있다. 


결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브로는 똑똑하거나 어리석다. ‘모 아니면 도’라는 길을 선택하고 숨김없이 벌거벗어버린 브로. 


그는 과연 동화 속 욕심에 눈이 먼 ‘벌거벗은 임금님’일까. 아니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친 ‘순수한 아이’일까. 브로의 다음 곡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사진=브로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캡처, ‘그런 남자’ 앨범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