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장인(匠人)의 사전적 의미다. 이처럼사전에는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사전적인 의미와는 달리 우리들에겐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내공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는 존경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붙는 영예스런 칭호다.


보통 ‘장인’의 칭호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지만 30대도 ‘장인’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감성과 마인드로 무장하고 1mm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젊은 장인들이 있다.


◇  돈가스 두께 확인하고 드시나요?
외식 프랜차이즈 일본식 캐주얼 레스토랑 아리가또맘마(www.arigato.co.kr) R&D 팀 조대희 과장(35)은 친구들 사이에서 ‘돈까스 맨’, ‘돼지 천적’으로 통한다. 일본에도 없는 돈가스 메뉴를 만들려고 한 동안 돼지고기만 먹었기 때문이다.

▲ 조대희 과장 (제공=아리가또맘마)

돈가스 위에 치즈를 얹어 눈과 입이 즐거운 아기라또맘마의 효자 ‘눈꽃 치즈 돈가스’를 만들 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돼지 육식’만 고집했을 정도. “처음엔 듣기 거북했지만 이젠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은근히 그 별명을 즐긴다”고 말한다.
조대희 과장은 호텔에서 요리 수업을 한 쉐프 출신이다. 2003년 “힐튼호텔”에서 시작해 8년간 호텔과 다른 업체를 거쳐 아리가또맘마 R&D팀에 2011년 합류 했다. 호텔에서 내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와 요리를 만들어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조과장이 근무하는 아리가또맘마에서는 일본에도 없는 ‘일식 메뉴’가 3가지나 있다. 한국 사람 입에 맛는 매운 ‘신규동’,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로카이센라멘’, 모짜렐라 치즈가 덮힌 ‘눈꽃치즈 돈까스’다. 그 중 눈꽃치즈 돈까스가 조과장이 개발한 메뉴 중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이다.  

눈꽃치즈돈까스를 개발할 때 몇 번 난관에 봉착했던 경우도 있었다. 공들여 개발해 메뉴에 올리려 한 순간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비슷한 메뉴가 있어 폐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한 메뉴를 개발할 때 먹는 양은 15인분이 기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친숙한 메뉴기 때문에 눈꽃치즈 돈까스 개발 때는 150개 이상 튀겨 먹어 하루 종일 기름 트림을 했었다. 또, 3주 동안 비슷한 돈가스로 하루 세끼를 먹은 에피소드도 있다.


돈가스를 ‘어려운 놈’이라 말하는 조과장은 이젠 만지기만 해도 두께를 척척 맞춘다. “간고등어 간잽이 장인 정도는 아니라도 ‘척 보면 알 수 있는 수준’”이라 말한다. 요리사지만 1mm에 대해선 서비스 시선이다. “음식에서 1mm는 정성과 관심으로 볼 수 있죠. 채소를 썰 때나 메뉴 구성 간격에서 1mm는 고객의 만족을 지켜내는 정성과 관심이다”고 말한다.

◇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고민 중이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가방엔 물티슈가 기본이다. 쓰기도 쉽고 편리해 어느새 생필품으로 자리잡은 물티슈. 엄마 손과 아이 피부 사이에서 마음을 전달하는 물티슈에도 장인이 숨어(?)있다.


친환경 물티슈 ‘순둥이’ 생산기업 ㈜호수의나라 수오미(www.suomi.co.kr)에는 품질 관리 담당인 예비아빠 이규환(34)씨가 물티슈 장인으로 통한다.

▲ 호수의나라 이규환 대리(제공=수오미)

입사 3년차 이규환씨는 하루 평균 제품 검수에 물티슈 약 300팩을 쓴다. 한 장씩 뽑아 깔면 경부고속도로(416Km)를 약 8번 왕복하는 3,402Km다. 입사 후 약 700여일 동안 물티슈를 만지다 보니 손에 물 마를 새 없다.


“대학서 기계공학을 전공해 아기 물티슈와의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기계 공학은 세밀한 학문이라 두께, 무게 등 정밀함과 안전성이 필요한 물티슈 제품 관리와 딱 맞아 떨어지는 분야입니다.”라고 말한다.

3년 동안 근무하며 물티슈를 만지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피부 자극 검사하겠다고 온 몸에 물티슈를 붙이고, 닦다 ‘귀찮아하지 말고 좀 씻어라’, ‘씻기 싫어서 별 짓 다한다’란 잔소리도 들었다.


한참 물티슈 논란이 벌어졌을 때 TV에서 줄무늬 물고기를 이용한 멜라닌 테스트 방송을 봤다. 공인 인증 기관과 그 어느 곳에서도 이런 테스트 항목은 없기 때문에 황당했다고. 방송 다음날부터 일면식도 없는 대학 교수 연구실로 30통 넘게 전화도 하고 대학병원 임상시험센터, 각 시험 기관을 찾아 발품 팔며 문의했다.

30대 초반 남자가 쇼핑백에 물티슈를 가득 담고 찾아와 멜라닌 테스트 가능 여부를 물으러 다니니 처음에는 다들 황당했었다고. 이 과정에서 대학 교수들과 각 시험 검사기관에서 ‘TV에서 나온 테스트는 아니다’란 의견을 받았다.


화장품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엘리드’란 곳을 수소문 끝에 찾아냈다. 이곳에서 물티슈 업계에 없던 멜라닌 테스트 검사를 국내 최초로 같이 기획해 지금의 멜라닌 안전성 테스트를 만들어 낸 집념의 소유자다.

700일… 6,000여 시간 동안 물티슈를 검수해 이젠 만지면 두께와 몇 그램인지 무게까지 딱나온다. ‘척 보면 압니다’란 말이 여기서 쓰인다. 1mm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길이에서는 작은 단위로 그만큼 정밀한 품질관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작은 단위의 차이들로 인해 고객들이 겪게 될 불편을 덜어내는 의미”라 말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잡아내는 1mm의 오차는 원단 크기로 물티슈가 한꺼번에 여러장씩 나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 항공모함이던 탱크던 다 만듭니다.
모형, 피규어 제작 판매 업체 테트라 모델 웍스(www.tetramodel.com)의 김선배 대표(31)는 손끝이 ‘버니어 캘리퍼스’다. 만재배수량 9만톤급 항공모함, 세계 최강 M-1 에이브럼스 탱크의 축소판을 제작하다보니 제품 모형을 잡으면 몇 mm인지 눈 감고도 안다.

▲ 테트라 모델 웍스 김선배 대표 (제공=윅스)

2차 대전 때 활약한 미국 요크타운 항공모함의 갑판 길이는 246.71m. 이를 1/200로 축소해 1.23m로 재현해 냈다.

이른바 ‘덕후’들이 많이 모인 모형 세계. 김선배 대표도 취미 영역이 ‘밥벌이’를 넘어 ‘사업’까지 큰 케이스다. 4년간 다른 모형 제작 업체에서 일하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마니아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현재 해외 주문까지 받고 있는데, 홍콩과 미국이 가장 큰 교역 상대다.

지난해 외국에서 2차 대전 때 참전한 영국 군함 한 척 주문이 들어왔었다. 한국전에도 참전했었던 ‘벨파스트’ 군함으로 모형 제작을 위한 기본 설계는 고사하고 국내에선 사료(史料) 찾기도 어려운 제품이었다.


시도 자체가 꺼려지는 분야였지만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2달 동안 영어로 된 사료를 찾아 내외부 설계도를 직접 손으로 그린 뒤 1/200 모형을 만들어 냈다. 최종 발주한 제품을 받은 거래처에서 1mm 단위까지 그려낸 설계도를 보고 다른 곳을 소개 시켜 줄 정도였다.

실물과 가장 가까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1mm의 오차는 35Cm, 70Cm 등 확대 할수록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김선배 대표에게 다른 의미다.


“모형 세계는 마니아와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작은 오차까지도 잡아내 혹평을 쏟아내는 분야”라며, “여기에 무기, 전쟁 마니아까지 합세하면 1mm 오차는 회사 매출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김대표는 말한다. 때문에, 제품 생산 후 인터넷과 소비자들이 혹평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분 좋을 때라고 김대표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