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뚜레쥬르를 제치고 올림픽공원점 사업권을 낙찰 받은 곳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뚜레쥬르를 누르고 황금점포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동반성장위원회가 SPC의 올림픽공원 입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소 제과점에서 500m 거리 안에는 출점을 자제토록 한 권고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길 건너편 올림픽 상가 내에는 ‘루이벨꾸’라는 중소 제과점이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 날만 고대하던 SPC는 동반위의 뒤늦은 시정 요청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 강행해서 파리바게뜨 간판을 걸자니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오픈 후 발생할 매출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논란이 된 올림픽 공원 내 빵집. 뚜레쥬르가 폐점한 뒤 공실로 남아 있다.
지난 1일 오후 찾은 올림픽공원 내 빵집은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관계자에 따르면, 공사가 완료된 후 해당 점포는 당분간 공실로 남을 전망이다. 황금상권으로 주목 받던 점포가 공실로 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은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와 ‘빵집 관리인’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자회사 한국체육산업개발이다.
◆'규제했다 안했다' 동반위 '갈지자' 행보
동반위는 오락가락 행보와 뒤늦은 시정조치로 혼선을 자초했다. 당초 동반위는 파리바게뜨 입점과 관련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위반이라고 규정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다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점포가 500m 이내에 들어 위반이다’로 말을 수시로 번복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동반위는 특히 SPC의 권고안 위반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한달이 지난 6월26일에야 뒤늦게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동반위는 지난 5월20일 현장실사를 통해 올림픽공원 내 파리바게뜨 신규입점이 적합업종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5월 말, 국회 측에서 이를 인지하고 동반위에 그간의 경과와 향후 조치에 대해 묻자 동반위는 중소기업청에 제출한 공식 답변서를 통해 “SPC에 제과점업 합의사항 재확인 및 시정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답변서에는 또 6월9일까지 SPC 측에서 시정요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동반위 실무위원회에 관련내용을 상정해 심의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러나 동반위의 실제 조치는 한달여가 걸렸다. 동반위는 현장 실사를 하느라 시정요청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이와 관련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오자 6월26일 부랴부랴 시정조치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 동반위, SPC에 비공개 만남 제안 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동반위는 사태 수습을 위해 SPC에 비공개 만남을 제안했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6월19일 오전 동반위의 김종국 사무총장, 조금제 적합업종지원부장은 조상호 신임 SPC 대표를 불러 서울 모처에서 조찬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올림픽공원점 신규 출점 논란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위 김 사무총장은 SPC 조 대표에게 자진 철회를 강요했고,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물어야 할 위약금을 무마시켜주겠다고 구두 약속했다는 게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금제 동반위 부장은 <머니위크>와의 통화에서 “함께 만난 것은 맞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은 비공식 만남이었다”며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비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말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SPC 관계자는 “그날 동반위 측에서 자진 철회를 요청했지만, SPC는 올림픽공원점 입점이 중기적합업종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동반위의 어정쩡한 태도가 올림픽공원점 공실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반위의 늑장행정이 가져올 파장은 시장 혼란 뿐 아니라, 앞으로 권고안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조차 꺾어버리게 만들 것”이라며 “상생의 표본이라던 동반위가 과연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올림픽 상가 내에 있는 루이벨꾸. 올림픽점과 도보로 약 300m 거리에 있다.
◆체육진흥공단, 입찰부터 중소기업 '제한'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이 같은 동반위의 행보에 울상이다. 동반위가 제때에 시정조치를 하지 않는 바람에 올림픽공원점을 공실로 장기간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된 것. 공단 관계자는 “동반위의 시정조치가 제대로, 제때에 이뤄졌다면 재입찰 진행 등 필요한 절차에 따라 발빠르게 대처했을 것”이라며 사면초가에 빠진 입장을 설명했다.
공단 측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입찰을 추진한 체육산업개발의 불공정 조건이 이러한 문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체육산업개발은 올림픽공원 제과매장 공개입찰에서 입찰기준으로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포함해 1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법인만 참여토록 했다. 170평 규모의 매장에 중소업체는 입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참여 기업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미리 제한한 것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체육산업개발이 내놓은 기준에 맞는 기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5곳에 불과했다”면서 “만약 중소제과업체가 입점키로 됐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애초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공단은 중소기업의 입찰 참여를 막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도모해야 할 동반위가 출범 취지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나 황금점포 쟁탈전을 둘러싼 책임공방은 다시 한 번 가열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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