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옆 흡연장소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가자"

 

사무실에서 애연가들의 암호로 변해버린 단어.

언젠가부터 흡연자들을 미개인으로 보는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예전에는 담배를 끊는 사람이 독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아직까지 담배를 끊지 못한 사람이 더 독한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올해부터 전국 공중이용시설이 금연구역으로 확대되면서 흡연가들이 마음 놓고 담배를 태울 장소가 줄어든 탓이다.


그래서인지 직장 내 애연가들은 저마다 끼리끼리 뭉쳐 끽연을 한다. "우리는 끝까지 가자"면서 공허한 '으~리'를 외친다. 서로서로를 의지한 채 한 장소에 뭉쳐 서로 공감하고 자기들끼리의 정보를 교환한다. 이른바 그들만의 탈출구인 셈이다.

하지만 마음 한 곳에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은 어쩔 수 없다. 어느덧 나이가 마흔에 다다르는데, 담배를 한대 피울라 치면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다. 마치 학창시절 선생님 몰래 흡연을 하다 걸릴 새라 서둘러 한 모금 빨고 꺼야 했던 시절이 떠올라 서글플 따름이다.

그런 가운데 담배인상 소식이 들려 애연가들의 마음은 또 '철컹' 내려앉는다. 보건복지부는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대폭 인상해 흡연율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흡연율을 줄이고 청소년 흡연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담배세 적정수준을 대폭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설문조사도 진행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담배값을 현재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59%, 반대 35%, 유보가 7%로 나왔다. 이 같은 찬성률은 지난해 3월 조사 당시의 52%보다 조금 더 늘어난 수치다.
 
정부 세수에 도움을 주고 동료들과 한 곳에 모여 서로를 다독이며, 웃음꽃을 피우게 해준 나의 영원한(?) 친구 담배. 애연가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은 점점 바뀌고 있지만 내 몸속에 들어오는 니코틴(타르)의 짜릿함은 언제나 한결같기만 하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또 한번 메신저를 보낸다.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