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년 초 결혼 예정인 김모씨(30)는 부모가 몇년 전 가입한 ‘상조웨딩’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발품을 팔아 마음에 드는 웨딩홀, 메이크업숍, 드레스숍을 정해뒀지만 상조회사와 연계된 곳이 아니면 모든 게 불가능했기 때문. 120회 중 94회 납입. 만기 총액은 330만원. 가격도 비싸고 업체 선택 폭도 적다는 생각이 든 김씨는 계약을 해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만기까지 부어도 환급은 80%밖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내 계약서를 들고 웨딩플래너한테 가져가니, 200만원 초반 정도밖에 안 하더라”며 “만기 해지해도 70만원 정도가 손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2. 박모씨(33)도 마찬가지. 예비남편이 미리 가입한 상조웨딩으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처음엔 따로 신경 안 써도 될 만큼 모든 게 준비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계약서에 명시된 ‘최고급 드레스, 최고급 궁중 장옷 대여’ 등은 실제론 평범한 업체 수준이었다. 400만원대 계약치고는 애매모호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박씨가 당초 가입한 상조회사는 현재 다른 상조회사에 넘어간 상황. 해지 시 80% 현금 환급 조건조차 안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박씨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려면 수십 만원의 추가금을 내야 하고 아니면 손해를 보고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돈은 돈 대로 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는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준비할 것은 많고 비용은 한정돼 있다는 것. 결혼식에 필요한 정보마저 부족하다. 어차피 일생에 한번 누구나 경험하는 결혼인데 보험처럼 미리 준비하면 어떨까. 한꺼번에 목돈이 드는 부담을 줄이고 전문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 상조업계의 웨딩사업은 이런 점에 착안해 탄생했다.

◆상조웨딩의 현주소

“결혼은 10년 전에 준비하세요.” 상조업체들은 선불식 할부구매로 결혼의 중심을 이루는 각종 상품들을 준비할 수 있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웨딩패키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ㄱ업체의 490 패키지는 월 3만5000원씩 140회 납입했을 경우 최고급 웨딩드레스, 최고급형 연미복, 궁중상감, 왕비복, 도우미, 신랑신부 메이크업, 부케, 스튜디오 촬영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ㄴ업체의 396 패키지도 비슷하다. 월 3만3000원씩 120회 납입을 조건으로 스튜디오, 본식 스냅 촬영, 본식 당일 헤어 메이크업, 고급 드레스, 고급 턱시도, 혼주 헤어 메이크업, 폐백 음식 등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조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매달 소액으로 일생에 한번 뿐인 큰 행사가 보장돼 목돈이 들지 않고 장례 상품이나 돌·회갑상품으로도 전환 사용이 가능하다”며 “10년 뒤 결혼을 한다고 해도 물가 상승률에 관계없이 가입한 금액 그대로 추가 비용 없이 반영돼 매우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소비자 불만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상조와 연계된 웨딩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접수된 소비자 상담 건수 중 상조서비스 관련 상담이 45.6%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그 원인으로는 해지·환급금 과소지급 관련 불만이 다수를 차지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최근 두 아들의 미래를 위해 10년 만기로 부어오던 상조 웨딩서비스를 4년 만에 해지하려다 변을 당했다. 회사 측으로부터 해지는 가능하나 환급금은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도 모르는 사이 상호도 다른 이름으로 변경돼 있었다. 회사 측은 “별도의 회사라 환급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씨는 “홈페이지 어디에도 폐업했다는 문구를 안 띄우고, 회원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없었고 다달이 돈만 빼갔다”며 “계약서에도 환급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괘씸해서 소송을 걸어서라도 받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월 3만원 60회납으로 상조상품을 계약했다. 그러다 45회 납입시점에 문제가 생겼다. 당초 가입한 상조회사가 다른 상조회사로 넘어간 것. 인수 후 3달 뒤 김씨는 새로운 회사에 계약해지를 요구했으나 “환급금은 3번 납입한 금액 중 일부만 지급할 수 있다”는 황당한 말을 전해 들었다. 김씨는 곧바로 한국소비자원에 구제를 요청했다.

웨딩상품도 도마에 올랐다. 서비스의 구성 요소인 스튜디오 촬영과 메이크업 부분에서 발생하는 클레임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스튜디오, 메이크업 등은 제휴 업체만 가능하게 돼 있어 선택의 폭이 좁고 가입자가 직접 선택할 경우 추가 비용이 붙어 소비자의 만족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최고급’ ‘유명’이라는 문구로 애매모호한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모씨는 “상품 가격이 370만원이었는데 실제로 스튜디오나 메이크업 등을 따져보니 중하위권 업체들이었다”며 “이 가격에 이 정도밖에 안되냐고 따졌더니 마음에 안 들면 하지 말란 식으로 나와 기분이 나빴다”고 털어놨다.

◆최고급 달고 이중마진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회사다 보니 웨딩프로그램이 잘 돼있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예전보단 업체 구성이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상품이 국한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상조업계의 웨딩서비스에 대해 “상조회사에서 웨딩시장 커버가 어려워 웨딩 컨설팅업체와 협업을 통해 상조쪽 웨딩 고객을 컨설팅으로 넘겨주는 2중 구조로 돼 있다”며 “(고객에게) 직접 연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간마진이 일반 패키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업다각화에만 치중하느라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겉치레가 화려할 지라도 내실을 다지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지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른 채널과의 경쟁에서 자연스레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