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이런 사람이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 또는 ‘많이 봤는데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 아마도 현대자동차에서 새로 출시한 ‘아슬란’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아슬란은 출시 전부터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아슬란을 가리켜 ‘아슬아슬한 차’, ‘그랜저HG가 안 팔려 꼼수로 만든 차’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기자 역시 아슬란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기대치도 낮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11월 말 아슬란을 시승해 보고 난 후부터다. 기자가 예전에 그랜저TG를 오랜 기간 타고 다녔기에 그랜저와 아슬란의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물론 아슬란이 그랜저의 상위 트림이고 제네시스보다는 아래 위치한 차량이기 때문에 절대평가는 할 수 없다. 다만 아슬란이 그랜저를 기반으로 만든 대형세단이라는 점에서 격차를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네시스는 후륜 구동인 반면 아슬란과 그랜저는 전륜 구동이다.


 


◆ 우습게 봤다 올라탄 순간…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 차가 그랜저보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랜저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다. 시승을 위해 아슬란을 첫 대면한 순간이 그랬다. 패밀리룩을 강조했다고는 하나 외관은 그랜저와 큰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더욱이 후면부 디자인은 소나타의 그것과 너무 닮아 무게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전면부가 그랜저HG보다 묵직하고 강해 보였지만,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진가는 탑승하는 순간 느껴졌다. 기존 그랜저보다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은 센터페시아·대시보드와 어울려 중후한 멋을 만들어 냈다. 특히 육각형 모양의 인포테인먼트 패널은 내비게이션이나 미디어 등을 사용하는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했다.

시트는 한국사람의 체형에 맞게 안락하게 구성됐고, 마치 고급 소파를 연상케 할 만큼의 품격이 느껴졌다. 단순히 차량 내부 디자인이나 퀄리티를 놓고 본다면 한 등급 위의 제네시스보다 좋아 보였다.



◆ 승차감·정숙성 좋은데 연비가…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시동버튼을 눌렀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착각할 만큼 조용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주중에 진행한 이번 시승은 시내 주행 위주로 이뤄졌다. 고속 주행 성능도 살펴봐야 했기에 자유로를 이용해 경기도 일산을 다녀왔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다. 이때도 엔진 소음은 하이브리드 못잖게 정숙했다. 부드러운 주행이 압권이었다. 핸들링은 그랜저TG보다 묵직했다. 사실 그랜저TG가 출시될 당시의 핸들링은 가볍고 활동반경이 넓은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유럽차의 특징인 다소 묵직한 핸들링이 대세다. 아슬란 역시 대세를 따른 핸들링이 적용됐다.

주행성능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힘이 넘쳤다. 제네시스에 버금가는 하체의 단단함과 안정성을 갖췄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서는 최근 시승해 본 차량 중 가장 부드러운 승차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았다.

자유로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슬란의 계기판 바늘은 순식간에 100㎞/h 이상을 훌쩍 넘겼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이 거의 없다. 이때의 정숙성은 제네시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가 정숙성에 공들인 흔적이 느껴졌다.

가속페달에 전혀 힘을 주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150㎞/h까지는 부드럽게 올라갔다. 코너링에서 서스페션의 단단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100㎞/h 정도의 속도로 코너를 돌때는 쏠림이 느껴졌지만 70㎞/h 정도에선 안정적으로 돌았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도 유용했다. 위험상황 시 스티어링 휠이 진동한다. 사각지대에 차량이 접근하면 신호를 보내는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도 차선 변경 시 편리하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할 경우 스티어링 휠이 진동함으로써 경고를 해주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과 전방추돌 경보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아슬란의 가장 큰 단점은 연비였다. 총 130㎞ 내외의 주행에서 시내주행이 많았다고는 해도 실연비가 예상보다 너무 낮았다. 복합연비가 9.5km/ℓ인데 실제론 7.9km/ℓ가 나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