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도 사고도 많았다. 그만큼 2014년 경제계는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그 어느 해보다 적확했다. 총수들의 잇단 구속과 건강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오너로서 '갑질'을 하다 고개를 숙인 회장 딸도 있었다. 불황과 실적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던 경영자도 수두룩했다. 이는 곧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올해의 인물' 조사결과에 반영됐다.

<머니위크>가 집계한 2014년 경제계 화제의 인물 1위는 심근경색으로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지했다. 재계서열 1위 그룹의 총수인 만큼 이 회장의 건강에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했다. 그 뒤를 이은 인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회장 취임 이래 최대 위기국면으로 치달았다. 분주했던 한해를 그들이 남긴 '어록'을 통해 짚어봤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이건희 "다시 또 바꿔야 산다"

"시간이 없다.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올해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한 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 회장의 경고처럼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경험했다. 분기당 영업이익은 4조원대로, 10조원을 넘긴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고 실적을 견인하던 스마트폰사업은 중국업체들의 추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회장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폐소생술(CPR)과 막힌 심혈관을 넓히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에 7개월째 입원 중이다. 현재 휠체어 운동을 포함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인지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지면서 굵직한 변화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포스트 이건희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단계인 만큼 후계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 속도가 빨라진 것. 삼성SDI와 제일모직 간 합병을 시작으로 삼성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 합병, 삼성SDS 및 삼성에버랜드 상장, 화학계열사와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 매각 등이 속속 이뤄졌다.

삼성그룹이 올 한해에만 추진한 이 같은 메가톤급 개혁은 모두 이 회장의 당부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 이 회장이 제시한 해법에 따라 2015년의 삼성이 어떻게 변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건희 회장 어록

"삼성의 강점은 한 방향으로 나가는 조직의 힘이다." (1990년 초에 유럽을 방문하면서)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 (1993년 6월 신경영 선포 당시
"非정도 1등보다 5등이 낫다." (2001년 6월 비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 (2002년 4월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익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2년 5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금융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올해의 인물' 선정, 어떻게?


서울에 거주하는 남녀직장인 4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12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이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세계 등 총 6개 분야에서 2명씩 '올해의 인물'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인 2표제이며 통계치는 이백분율을 기준으로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