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예요. 빨라졌다는데 어디 체감하는 사람 있나요?” 최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LTE(롱텀에볼루션)보다 4배 빠른 ‘3band(밴드) LTE-A(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의 상용서비스를 놓고 갈등을 벌이자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술이 진화할 때마다 반복된 이동통신사 간 논쟁이 해가 바뀌어도 거듭되자 “소비자는 외면한 마케팅”이란 비판이 제기된 것.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품질 결과와 올해부터 변경된 이통사의 부가서비스 혜택 등 소비자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문제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새로운 기술로 고객 사로잡기에 나선 이통 3사의 신년 계획이 허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밴드 LTE-A’ 사활 건 3사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상용서비스 개시’ 발표는 고객 입장과 통신시장의 상용화 정의에 비춰볼 때 문제점이 있어 실질적인 상용서비스로 간주할 수 없습니다.”
2015년 새 아침이 밝기도 전인 지난해 12월28일 KT와 SK텔레콤 간 소리 없는 총성이 시작됐다. 새해 이동통신 기술을 지배할 ‘3밴드 LTE-A’ 상용서비스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를 놓고 양사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
사건은 SK텔레콤이 해당 서비스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세계최초’를 선점하면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이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S-LTE’ 물량을 일부 확보해 소비자 평가단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29일부터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KT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소수 평가단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상용서비스라 볼 수 없다”며 SK텔레콤 측 세계최초 주장을 묵살했다. 당시 KT는 ▲단말 품질 ▲커버리지 구축 ▲유통망 배포 측면에서 SK텔레콤의 상용서비스 시점이 맞지 않는다며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서 3밴드 LTE의 상용서비스 개시를 발표하는 것이 정도경영”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이 "KT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마케팅을 계속하자 KT와 LG유플러스가 합심해 제동에 나섰다.
KT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최초 상용화 광고에 대한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LG유플러스 또한 SK텔레콤을 상대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상은 관련 TV광고와 홈페이지, 오프라인 대리점 홍보물 등이다.
양사는 11일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최초 상용화 주장은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서비스가 아니다”며 ‘편법마케팅’, ‘어불성설’이라고 각각 반발했다.
KT는 "SK텔레콤의 비정상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로 ‘편법 마케팅’에 불과하며 향후 사업자 간 소모적인 경쟁을 초래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 또한 "SK텔레콤이 보도자료, TV광고 등을 통해 펼치고 있는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SK텔레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휴대폰 지원금 공시를 통해 출시를 명확히 했으며 출시 당일에는 을지로 본사에서 개통 행사를 열고 1호 가입자를 공개하기도 했다는 것.
SK텔레콤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관련 논란이)말도 안 되는데 논란으로 이끌고 가려는 것 같다”며 “상용화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서비스 유료화 부분으로 엄연히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상용화가 맞다”고 반박했다. 특히 “(양사의 주장은) 기본적인 근거 자체가 어긋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고만 ‘빠름~빠름~빠름’
하지만 이통사 간 경쟁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못마땅하다. ‘세계최초’를 놓고 싸운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닐뿐더러 이통사들이 내건 속도값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늘 있어와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보면 이통 3사가 가입자들에게 홍보한 무선 데이터 통신속도는 실제 측정값과 큰 차이가 났다.
미래부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광대역 LTE-A’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14.4Mbps다. 이전까지 광대역 LTE-A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25Mbps라고 광고한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통 3사의 속도 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들의 속도전, 혹은 세계최초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미래부의 조사 결과 각사별 실제(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SK텔레콤이 116.9Mbps로 KT와 LG유플러스의 113.2Mbps와 비교해 3.7Mbps 앞섰다. 미래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의 속도 차”라며 사실상 이통사 간 속도에 변별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광대역 LTE보다 2배 빠른 것으로 선전한 광대역 LTE-A도 실제 속도는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 웹서핑에 걸리는 시간을 광대역LTE-A, 광대역LTE로 각각 평가한 결과 평균 1.3초로 동일하게 나타난 것.
미래부의 이번 조사로 이통사들이 실제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를 대대적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단 '최대' 혹은 '이론상'이란 수식어를 씀으로써 거짓광고 논란은 비켜갔다.
◆줄어든 혜택, 쌓이는 불만
어디 이뿐일까. 속도 경쟁 뒤로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부가서비스들 또한 소비자들이 볼멘소리를 내게 만드는 주 원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31부로 기존 VIP·GOLD 등급 고객에게 무제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무한멤버십 제도, 실버등급에게 추가 제공하는 1만포인트 혜택 등의 부가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새해부터 온가족할인·온가족무료·온가족프리·T가족결합(착한가족) 등 가족결합 이용자들에게 무한멤버십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기존 제도가 1인 고객 혼자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었다면 바뀐 제도는 가족 2인 이상 결합해야 받을 수 있어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KT도 올해 1월부터 멤버십 포인트서비스인 '별 포인트'를 BC카드의 ‘오! 포인트’(Oh! point)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휴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올레TV 멤버십 차감할인 비율을 기존 50%에서 20%로 축소키로 했다.
이통사들은 “고객 만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고객 이용률이 적은 서비스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존 서비스로 쏠쏠한 혜택을 누렸던 이용자들은 “일방적인 통보”라고 비판한다.
이에 안산에서 A이통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강모씨(32·남)는 “1% 점유율 싸움으로 업계 순위가 흔들리다보니 무리한 마케팅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다 까다로워진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통신서비스 품질과 요금제, 부가서비스 등의 경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품질 결과와 올해부터 변경된 이통사의 부가서비스 혜택 등 소비자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문제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새로운 기술로 고객 사로잡기에 나선 이통 3사의 신년 계획이 허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제공=SK텔레콤
◆‘3밴드 LTE-A’ 사활 건 3사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상용서비스 개시’ 발표는 고객 입장과 통신시장의 상용화 정의에 비춰볼 때 문제점이 있어 실질적인 상용서비스로 간주할 수 없습니다.”
2015년 새 아침이 밝기도 전인 지난해 12월28일 KT와 SK텔레콤 간 소리 없는 총성이 시작됐다. 새해 이동통신 기술을 지배할 ‘3밴드 LTE-A’ 상용서비스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를 놓고 양사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
사건은 SK텔레콤이 해당 서비스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세계최초’를 선점하면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이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S-LTE’ 물량을 일부 확보해 소비자 평가단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29일부터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KT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소수 평가단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상용서비스라 볼 수 없다”며 SK텔레콤 측 세계최초 주장을 묵살했다. 당시 KT는 ▲단말 품질 ▲커버리지 구축 ▲유통망 배포 측면에서 SK텔레콤의 상용서비스 시점이 맞지 않는다며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서 3밴드 LTE의 상용서비스 개시를 발표하는 것이 정도경영”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이 "KT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마케팅을 계속하자 KT와 LG유플러스가 합심해 제동에 나섰다.
KT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최초 상용화 광고에 대한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LG유플러스 또한 SK텔레콤을 상대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상은 관련 TV광고와 홈페이지, 오프라인 대리점 홍보물 등이다.
양사는 11일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최초 상용화 주장은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서비스가 아니다”며 ‘편법마케팅’, ‘어불성설’이라고 각각 반발했다.
KT는 "SK텔레콤의 비정상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로 ‘편법 마케팅’에 불과하며 향후 사업자 간 소모적인 경쟁을 초래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 또한 "SK텔레콤이 보도자료, TV광고 등을 통해 펼치고 있는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SK텔레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휴대폰 지원금 공시를 통해 출시를 명확히 했으며 출시 당일에는 을지로 본사에서 개통 행사를 열고 1호 가입자를 공개하기도 했다는 것.
SK텔레콤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관련 논란이)말도 안 되는데 논란으로 이끌고 가려는 것 같다”며 “상용화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서비스 유료화 부분으로 엄연히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상용화가 맞다”고 반박했다. 특히 “(양사의 주장은) 기본적인 근거 자체가 어긋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광고만 ‘빠름~빠름~빠름’
하지만 이통사 간 경쟁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못마땅하다. ‘세계최초’를 놓고 싸운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닐뿐더러 이통사들이 내건 속도값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늘 있어와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보면 이통 3사가 가입자들에게 홍보한 무선 데이터 통신속도는 실제 측정값과 큰 차이가 났다.
미래부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광대역 LTE-A’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14.4Mbps다. 이전까지 광대역 LTE-A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25Mbps라고 광고한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통 3사의 속도 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들의 속도전, 혹은 세계최초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미래부의 조사 결과 각사별 실제(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SK텔레콤이 116.9Mbps로 KT와 LG유플러스의 113.2Mbps와 비교해 3.7Mbps 앞섰다. 미래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의 속도 차”라며 사실상 이통사 간 속도에 변별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광대역 LTE보다 2배 빠른 것으로 선전한 광대역 LTE-A도 실제 속도는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 웹서핑에 걸리는 시간을 광대역LTE-A, 광대역LTE로 각각 평가한 결과 평균 1.3초로 동일하게 나타난 것.
미래부의 이번 조사로 이통사들이 실제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를 대대적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단 '최대' 혹은 '이론상'이란 수식어를 씀으로써 거짓광고 논란은 비켜갔다.
/사진제공=KT
◆줄어든 혜택, 쌓이는 불만
어디 이뿐일까. 속도 경쟁 뒤로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부가서비스들 또한 소비자들이 볼멘소리를 내게 만드는 주 원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31부로 기존 VIP·GOLD 등급 고객에게 무제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무한멤버십 제도, 실버등급에게 추가 제공하는 1만포인트 혜택 등의 부가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새해부터 온가족할인·온가족무료·온가족프리·T가족결합(착한가족) 등 가족결합 이용자들에게 무한멤버십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기존 제도가 1인 고객 혼자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었다면 바뀐 제도는 가족 2인 이상 결합해야 받을 수 있어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KT도 올해 1월부터 멤버십 포인트서비스인 '별 포인트'를 BC카드의 ‘오! 포인트’(Oh! point)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휴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올레TV 멤버십 차감할인 비율을 기존 50%에서 20%로 축소키로 했다.
이통사들은 “고객 만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고객 이용률이 적은 서비스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존 서비스로 쏠쏠한 혜택을 누렸던 이용자들은 “일방적인 통보”라고 비판한다.
이에 안산에서 A이통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강모씨(32·남)는 “1% 점유율 싸움으로 업계 순위가 흔들리다보니 무리한 마케팅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다 까다로워진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통신서비스 품질과 요금제, 부가서비스 등의 경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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