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령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며 초고령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속한 상용화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은 지난 5월2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국내 고령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며 초고령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노년층의 삶을 혁신하는 '에이지테크'(AgeTech) 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자 맞춤형 가전부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첨단 돌봄 기기까지 글로벌 에이지테크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가운데,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속한 상용화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약 50년 뒤인 2072년에는 국민 두명 중 한명이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고령친화 제품'인 에이지테크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에이지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 잠재력이 약 2조7000억달러(약 3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이미 큰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도 활발하다.

에이지테크 제품은 일상 속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용자가 주방을 일정 시간 떠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스토브 차단기(Stove Isolator),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전송하는 스마트 냉장고(Smart Refrigerator)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제품들은 이제 단순한 가전기기를 넘어 고령자의 독립적 생활 지원·건강 관리·위기 대응을 위한 '지능형 케어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에서는 AI·IoT·센서 기술을 결합해 '원격 돌봄'(Remote Care)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벨기에 노비(Nobi)는 낙상 감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조명으로 노인이 넘어지면 자동으로 응급 연락을 취한다. AI가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분석해 사생활 침해 없이 긴급 상황을 인지·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케어프레딕트(CarePredict) 템포는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노인의 생활 패턴 변화를 분석, 미세한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질병을 예측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들도 에이지테크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함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노년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LG 이지 TV’로 자녀들과 편하게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기능을 모델들이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스마트싱스 기반 '패밀리 케어'(Family Care)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보호자가 케어 대상자의 가전 사용 패턴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정 기간 주요 가전이 사용되지 않으면 이를 감지해 알림을 보내는 등 '안심 돌봄'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고령층에 특화된 맞춤형 TV 'LG 이지 TV'를 출시했다. 홈 화면을 단순화하고 글자 크기를 키워 가독성을 높였으며 리모컨 버튼 크기를 20~30% 확대하고 백라이트를 적용하는 등 사용 편의성을 강화했다. 또 '헬프'(Help) 기능을 추가해 고령자들이 쉽고 빠르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LG전자는 향후 PC, 냉장고 등으로 시니어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히 '생활가전 강국'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사회 구조에 맞춰 돌봄·건강·안전 솔루션이 결합된 에이지테크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에이지테크 기반 실버경제 육성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본격 진입함에 따라 관련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민간 투자 확대 ▲전용 펀드 조성 ▲규제 완화 ▲요양·돌봄 서비스 급여 지원 확대 등 종합 지원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기술력과 제조 인프라를 갖춘 만큼 고령화 대응형 혁신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에이지테크가 단순한 복지 개념을 넘어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