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개월 국내 증권시장의 성적표는 우수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11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57% 올랐다.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코스닥지수는 더욱 강하다. 지난해 말 542.97로 마감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2월5일 종가기준으로 600.81포인트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가 600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6월26일(602.74포인트) 이후 6년8개월 만이다.

시장은 강한 모습이지만 주도주는 찾기 어렵다. 과거 '차화정'으로 불리며 국내 증권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던 대형주는 위든 아래든 방향성 없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악재 때문이다. 당장 1~2월에 나온 해외 이슈들을 살펴보면 일부 신흥국에 대한 디폴트 우려, 우크라이나 관련 분쟁, 그리스 정치 문제, 중국의 경기둔화 등 증권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소식들 뿐이다.

어지럽고 복잡한 세계 정세 속에 국내 증권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주식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상승 발판 없어 올해도 어려워


지난해 말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머니위크>가 지난해 말 국내 주요 14개 증권사의 코스피밴드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최저 평균은 1854.28, 최대치는 2191.07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피의 최저가가 1881.73, 최고가는 2093.08이었다. 전망치의 숫자만 놓고 본다면 ‘박스’가 조금 커졌을 뿐이다.

올들어 2개월가량 흘렀지만 부정적 기류는 여전하다. 중소형주가 '1월 효과'를 받아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급등에 따른 부담이 존재한다며 급락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대비 오름세를 나타내는 코스피 또한 우려가 크다.

글로벌 각국은 여전히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이들은 돈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 수출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이는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에 악재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각국에서는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미국이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양적완화를 진행해 융단폭격하듯 돈을 쏟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인하, 지급준비율 하락 등을 통해 유동성 그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1월 고용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며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장의 예상(하반기)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전세계가 환율전쟁에 돌입한 것으로 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격화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을 보면 부양정책을 통해 통화 약세를 유도한 국가의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심이 줄고,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자금이 타국가의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시장에 돌고 있다.


 


◆ 단기 모멘텀 부족… 연기금 봐야하나

시장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모멘텀 부재가 지속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최근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증권시장의 여건이 다소 나아지고 있으나 투자심리를 뚜렷하게 개선시켜주기 위한 모멘텀 부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글로벌 경제지표들은 개선되지 못한 채 다소 정체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글로벌 증시들도 다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대외 악재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경기는 점차 나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경기 모멘텀이 상승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악재에 대한 영향력은 줄고 반대로 호재에 대한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는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최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배성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기금의 투자종목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3월부터 본격적인 유로존의 양적완화가 시행된다는 점에서 한동안은 외국인들의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국내 증권시장의 주요 수급주체인 연기금의 순매수를 보라는 것이다.

배 애널리스트는 “연기금의 경우 연초 이후 꾸준히 코스닥 시장에서의 매수세를 높이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연기금 순매수가 이어지는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연기금 순매수 비중이 높은 종목은 나스미디어, 내츄럴엔도텍, 다나와, 디티앤씨, 마크로젠, 모두투어, 미디어플렉스, 바이넥스, 산성앨엔에스, 에스엠, 에프엔씨엔터, 엑세스바이오KDR,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 창해에탄올, 테스, 텔콘, 파이오링크, CJ E&M, NEW 등이다.

국내가 부진하다면 아예 해외를 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전후에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중국인들의 소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중국 소비주는 큰 흐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공업화를 배경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농촌의 저렴한 인력이 도시의 산업분야(공장 등)로 유입, 임금이 급등하고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이다.

그는 “지난해 기준 중국 GDP는 10조달러를 돌파했고 중국인들의 1인당 평균 GDP는 7572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저장, 장쑤, 광둥, 푸젠성 등 31개 성 가운데 9곳은 이미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상회했다”며 “중국소비는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큰 흐름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국내의 중국 소비 관련주인 모두투어, 아모레G,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코스맥스, 쿠쿠전자, 하나투어, 한국콜마, 호텔신라, LG생활건강 등과 함께 후강퉁을 통해 매매가능한 중국기업인 구이저우 모우타이, 네이멍구 이리산업, 브라이트유업, 상하이바이렌그룹, 상하이의약, 상하이 자화 유나이티드, 응후이 슈퍼스토어, 중국내셔널 메디신스, 칭타오맥주, 캉메이 제약, 장성자동차, 칭다오 하이얼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