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P 스파2매+S콘도, 5만9000원’
#B사. ‘P 스파2매+S콘도, 9만9000원’

당신이 알뜰한 소비자라고 가정해보자. 상품 구성은 똑같지만 가격에서 2배가량 큰 차이가 난다면 당신은 어느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겠는가. B사의 충성스런 고객이 아닌 이상 ‘최저가’를 제시한 A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A사와 B사의 실제 상품 가격에서 하등의 차이가 없다면?


◆한눈에 최저가 검색… 미끼·세금 ‘꼼수’

최근 김지혜씨(29)가 겪은 황당한 얘기다. 지난 2월10일 김씨는 주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온천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자린고비'로 유명한 그녀는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 모바일 쇼핑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바일 가격비교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받고 검색에 돌입했다. 그녀의 바람대로 같은 상품이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나열됐다.

검색 후 첫 화면에서 A사는 스파이용권 2매과 S콘도의 숙박권을 5만9900원에 제공한다고 했다. 화면구성상 A사 바로 밑에 배열된 B사는 스파이용권 2매와 S콘도 숙박권을 9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4만원 할인이라니! 김씨는 가장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A사의 상품을 선택, 세부정보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웬걸? A사 상품에 5만9000원짜리 ‘스파이용권 2매와 S콘도 숙박권’의 상품은 없었다. 5만9000원짜리 상품은 스파이용권 2매를 제외한 숙박권만 주어질 뿐이었다. 스파이용권 2매를 얻기 위해선 B사와 같이 4만원을 더 얹어줘야만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A사와 B사의 세부정보 페이지를 서너번에 걸쳐 확인한 김씨는 ‘미끼상품’에 걸려들었단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최희진씨(27)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부산여행을 결심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셜커머스에서 숙박을 알아보던 찰나 같은 상품인데도 불구, 가격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발견했다. 상품은 특1급 호텔의 숙박권에 스파패키지를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C사의 경우 14만4900원을, D사는 12만원을 책정했다. 2만원 이상 차이에 신이 난 최씨는 D사를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그러나 총 결제 금액은 달랐다. 12만원짜리 숙박권은 14만4900원으로 바뀌었다.

알고 보니 ‘세금 및 봉사료’가 별도 표시돼 구매 시 값이 오른 것이다. 속았다고 생각한 최씨는 업체 측에 ‘항의글’을 남겼지만 “옵션선택 하신 후 결제 시 금액은 세금·봉사료가 포함된 금액이며 이는 페이지 내 전부 기재돼 있는 사항”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인 결과 상품정보란 하단에 작은 글씨로 ‘실제 결제 시 세금 및 봉사료가 포함되어 결제됩니다’는 내용이 있었다. C사의 경우 처음부터 세금 및 봉사료를 포함한 가격을 첫 페이지에 기재해 같은 상품이지만 업체별로 다른 가격으로 표시된 것이다.

최근 이 같은 소셜커머스의 ‘눈속임’에 당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타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미끼상품’과 세금 및 봉사료 등 ‘옵션 선택’ 등의 여부로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제재로 개별 앱이나 사이트 내에서는 이러한 유인행위가 사라졌지만 업체 간 경쟁이 불붙는 모바일 가격비교서비스 앱에서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특히 추가선택사항과 세금 및 봉사료 등이 포함된 숙박·여행 상품에서 이 같은 ‘꼼수’가 횡행했다.



◆소비자 유인 행위, 공정위 제재에도 여전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10월 거짓 또는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 유인행위를 한 포워드벤처스(쿠팡), 티켓몬스터(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그루폰 등 4개 소셜커머스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4000만원과 과징금 51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소셜커머스업체들이 여행 및 워터파크 관련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여행·레저 코너 화면(섬네일 리스트)에 결합상품의 일부가 포함되지 않은 상품의 가격을 그 결합상품의 가격인 것처럼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했다”며 제재조치를 취했다. 소비자들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구매 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첫 화면에 결합상품의 일부가 포함되지 않은 상품 가격을 결합상품의 가격인 것처럼 표시한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가격이 실제 부담할 가격보다 낮은 것처럼 오인시키는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소셜커머스업체도 공정위의 제재조치에 대한 이행 노력을 계속, 현재는 이 같은 소비자 유인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격비교사이트 등지에서는 소셜커머스업체의 소비자 유인책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비교사이트 중 유명 연예인의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쿠폰차트(쿠차)의 관계자는 “섬네일 리스트나 상품정보란은 소셜커머스 등 판매업체에서 주는 정보를 그대로 적용한다”며 “이를 재가공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목과 가격, 기타 정보사항을 기재하는 것은 업체의 몫이라는 것이다. 단 쿠차 관계자는 “섬네일 리스트의 업체별 순위는 입점 업체별 가격, 정확도 등에 따라 회사 내 DB에 맞춰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셜커머스 A사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 이후 개별 앱과 사이트 내에서는 해당 내용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며 "가격비교사이트 내부 규정이 있을텐데 우리가 나서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왈가왈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비교사이트에서 가이드(지침)를 준다면 언제든지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D사 관계자는 "국내 호텔과 일부 여행상품의 경우 총액운임표시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며 "항공권이 포함된 여행상품의 경우 유류할증료를 포함한 총액운임 표시를 꼭 하고 있지만 세금과 봉사료 등은 현재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른바 '미끼옵션'에 대해서는 "개별 앱과 사이트에서는 해당 내용을 지키고 있다"며 "가격비교서비스 앱에서도 (취재 후) 이 같은 오류를 확인, 모두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상 가격비교사이트는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중개업자에 해당한다"면서도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업체가 가격비교사이트에 입점해 있고 (지난 2013년과) 동일한 행위라고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