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최근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5일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32포인트(0.43%) 오르며 지난 200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600선 돌파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4일에는 630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이후 코스닥지수는 총 16.29%(지난 5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도 오름세다. 지난 3일 코스피는 2001.38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종가기준으로 2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30일(2020.09) 이후 102거래일 만이다.


이러한 지수의 호조에 힘입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의 시가총액은 14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288조1000억원) 대비 126조1000억원(9.8%) 늘어난 금액이다. 또한 지난해 말(1336조8000억원)에 비해서도 77조4000억원(5.8%) 증가한 수치다. 시가총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4년여간 ‘박스권’에서 맴돌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국내 증권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우리 증시가 암울했던 시절을 지나 박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지수 끌어올린 주역은 ‘해외 훈풍’


연초 이후 우리 증권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안도감과 유럽의 통화완화정책, 중국의 금리인하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5개월여 만에 2000선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진행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 이후 발표에서 ‘인내심’(patient)이라는 문구가 삭제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4년 FOMC는 인내심 문구를 발표자료에서 삭제한 이후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내심 문구를 삭제하더라도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1.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한 가운데 최근 제조업 등 기업 관련 지표들의 부진은 연준의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 하향을 예고한다.

결국 FOMC가 인내심 문구를 삭제하더라도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금리 인상을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것. 전문가 사이에서 이 같은 전망이 힘을 얻으며 우리 시장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전체에 안도랠리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유럽의 통화완화정책 또한 투자심리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순매수에 기반해 상승하는데 이 같은 외국인 유입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의 양적완화(QE)”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부터 월 600억유로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한다. ECB의 양적완화를 통해 국내에 유입될 자금 규모가 얼마일지 추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유럽의 양적완화 시행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외에도 지난달 28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도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물론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약해 성장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금리인하가 실물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과 중국증시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됐다.



◆ 낙관론 커지는 3월… “갈수록 좋다”

국내 시장전문가들은 ‘3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다수의 시장전문가들은 이달에 시장이 2020에서 최대 205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고 2020을 전망했다. 보수적인 입장임에도 최소한 현시점(5일 종가 기준 코스피 1998.38)보다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변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현시점에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나스닥지수가 5000선까지 가는 등 연초 이후 글로벌증시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우리 증시를 포함해 세계증시 모두가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야를 상반기로 넓힌다면 지수의 상승 여력이 더욱 크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반기에는 2080선까지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하반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밴드 상단은 2100으로 본다”면서도 “빠르면 6월, 늦어도 9월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될 경우 이를 전후로 해서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팀장은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그간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정책금리가 정상화되는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이후 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