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이름은 물론 출시하는 제품에 이름을 붙이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름은 회사와 제품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계 순위 16위에 오른 부영이 기업과 제품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굴욕을 당하고 있다.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을 주력으로 착실히 부를 축척했지만 낮은 인지도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는 브랜드네임(BI)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이 부영의 아파트브랜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안전실태 점검에 나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부영아파트 신축현장을 방문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랑으로’ BI의 굴욕… “촌스럽다”
최근 경기도 성남 창곡동 위례신도시 A2-10블록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 분양 계약자 20여명이 부영 본사를 찾아 “부영아파트 브랜드와 BI가 촌스럽다”며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의 아파트브랜드는 '사랑으로'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민간건설 공공임대(분양전환 임대) 위주로 사업을 벌여온 부영이 지난 2006년부터 사용했다. '사랑으로 지은 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뜻으로 부영 이중근 회장의 사업철학을 담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공을 들인 것에 비해 신경을 안 써 ‘촌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부영이 주로 공공임대사업을 해온 탓에 임대아파트의 이미지가 강하다.
'사랑으로'는 한쌍의 원앙을 형상화한 이미지로 금슬 좋은 부부를 뜻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디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위례신도시 부영 사랑으로 입주자들은 “브랜드와 BI가 너무 수준 이하”라며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적 한 입주 예정자는 “입주자 대부분이 ‘사랑으로’ 브랜드와 BI를 빼자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주변 아파트들의 세련된 이미지에 비해 너무 촌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곳은 일반 분양된 아파트인데 임대아파트에서 사용하던 브랜드와 BI를 그대로 사용하려는 것은 성의가 없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 역시 “다른 건설사들은 다 고급스러운 브랜드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부영은 브랜드와 BI가 촌스럽다 보니 아파트 자체도 촌스러워 보인다”며 “차라리 브랜드나 BI를 표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례 사랑으로 부영은 임대주택사업 분야 1위라는 성적에 비해 일반 분양시장에서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신규분양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며 입주전 분양권 값에 웃돈(프리미엄)이 수천만원씩 붙고 있는 위례신도시에서 총 138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그것도 주변 위례신도시 단지보다 3.3㎡당 100만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분양에 나섰지만 청약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제주외도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네이버로드뷰 캡처
◆ 촌스러운 이미지, “앞으로가 더 문제”
공정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영은 우리나라 재계 순위 16위(공기업 제외)로, 계열사 15곳을 보유한 대형 그룹사다. 지난 1984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한 부영이 이만큼 성장하는 동안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지 못 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부영이 그동안 아파트 민간임대시장을 독과점 형태로 운영하면서 다른 건설사들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성장했기 때문으로 본다.
실제로 부영은 임대아파트사업이라는 독특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부영은 기업출범 이후 23만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시공하고 이중에서 18만가구 넘게 임대하는 등 주력사업인 건설사업의 79%를 임대사업에 집중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임대 주택사업 시 국가가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 지원(공사비 35%)을 받으며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뉴스테이)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제는 민간건설 공공임대사업도 무한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아파트 민간임대시장에서 독과점 형태로 운영하던 부영 역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인지도가 낮은 부영으로서는 시장점유율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임대사업 참여를 결정했거나 적극 검토 중이다. 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중견 건설사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미 지난해 말 부동산개발팀을 주택임대사업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인천 도화 도시개발구역 내 5, 6-1, 6-2블록 민간참여 공동 주택용지 개발사업 민간 사업자로 선정돼 5, 6-1블록에 1960가구 수급조절임대리츠를 공급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LH가 동탄2신도시에서 수급조절리츠용으로 공급할 A14블록에 대해 사업참여 의향을 표시한 바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구체적인 세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반도건설, 우미건설 등 소비자에게 비교적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중견 주택전문업체도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조만간 부영의 임대주택 공급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부영이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자리를 확고히 했지만 아무래도 대형건설사보다 브랜드 선호도와 인지도가 뒤처지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