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변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고 방송을 송출하며 강연을 기획한다. 출판기념회를 열거나 할인이벤트를 진행하는 기존 마케팅으로는 차별화하기 힘들어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며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출판업계. 그 속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결국 ‘독자’를 택했다. 가능한 모든 창구를 동원, 독자와의 접점을 만들기에 나선 출판사들의 노력을 알아봤다.
◆ 아늑한 공간에 향긋함까지 - 북카페
높은 책장에 겹겹이 쌓인 책으로 한쪽 벽면을 장식한 카페.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출판사의 ‘책다방’ 개업을 시작으로 최근 동교동, 합정동 등 출판사가 몰린 지역에 수많은 북카페가 성업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인 북카페의 중심에는 출판사가 있다. 지금까지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대부분의 책을 판매했다면, 북카페는 기존 틀을 타파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출판사는 서적의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고 독자는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며 독서할 수 있으니 윈윈(win-win)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동교동 카페꼼마. /사진=장효원 기자
문학동네가 직영하는 홍대 북카페 ‘카페꼼마’의 장으뜸 대표는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며 “처음 시작했던 2011년에는 이런 형태의 카페가 거의 없었는데 편하게 이야기할 만한 공간을 생각하다 보니 북카페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카페라고 해서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마다 다르지만 책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일반서점보다 10~20% 저렴하게 판매도 한다. 물론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도서만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몇몇 카페의 경우 타사의 책도 비치해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리퍼브도서(유통과정에서 반품된 책)를 50%까지 싸게 살 수 있었던 장점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사라졌다.
최근에는 또 카페에서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 등을 열기도 한다. 책방처럼 꾸며놓은 인테리어에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각종 행사장소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관심있는 책의 저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얻으니 반응이 좋다.
장 대표는 “카페를 운영한 후 도서판매량이 늘었고 커피, 디저트 판매 등을 통한 수익도 나온다”며 “또 카페가 대로변에 위치해 신작을 알리기 쉽고 간판이나 현수막 등을 통한 출판사 홍보창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도 예전 같았으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됐을 서적들이 독자와 만나면서 재조명받을 기회가 생긴 점이 좋다”고 덧붙였다.
/사진=팟빵 캡처
◆ ‘보는’ 책에서 ‘듣는’ 책으로 - 팟캐스트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 속에 책이 들어갔다. 종이로 된 서적 형태가 아닌 온라인을 통한 팟캐스트의 형태다. 최근 출판사들은 책을 읽어주거나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에 진출했다. 자신이 읽었던 혹은 좋아했던 책을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팟캐스트는 독자와의 새로운 소통창구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포털인 ‘팟빵’에 따르면 지난 9월16일 기준 출판사 카테고리에 등록된 팟캐스트는 39개에 달한다. 청자들로부터 도서관련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자 팟빵에서 출판사 카테고리를 새로 만든 것이다.
출판사 팟캐스트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 2012년 첫선을 보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구독설정자 7만명 돌파를 앞뒀다. 댓글도 5000개에 달한다. 이 팟캐스트는 주로 정치분야나 지상파 라디오가 장악한 틈새에서 항상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여기서 다뤄진 도서의 경우 다음날부터 판매량이 쭉쭉 올라간다는 업계 관계자의 후문도 들린다.
서적뿐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역사·생활정보 등을 다루는 팟캐스트도 출판사에서 운영한다. 직접 서적을 언급하지 않아도 연관된 주제를 통해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전략이다.
평소 출판사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는 김상훈씨(27)는 “주변의 지인들이 책을 잘 읽지 않아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며 “하지만 팟캐스트를 들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몰랐던 책을 접할 수도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박종기 교수 '고려사의 재발견' 강연. /사진제공=휴머니스트
◆ 저자와의 심도 깊은 대화 - 아카데미
저자의 생각을 좀 더 깊게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강좌를 개설하는 출판사도 있다. 꼭 서적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강좌 외에도 인문학 강좌나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강의가 마련돼 있어 독자의 관심을 끈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경우 일회적인 출간기념이벤트나 문화강연사업에서 벗어나 수강생이 저자와 함께 독서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휴머니스트 유니버시티’ 강좌를 운영 중이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은 “강좌를 통해 저자가 독자와 직접 만나 책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신간출간 시 도서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고 반대로 진행한 강연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기획하는 시도도 한다”고 설명했다.
역사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푸른역사 출판사는 ‘푸른역사 아카데미’라는 강의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역사·문학·철학 등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강의와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또 한달에 한번씩 서평회와 음악회가 열려 직장인의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402호·제4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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