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암살모의 공범'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한 가운데, 해당 남성의 황 전 비서의 암살모의 가담은 중고등학교 동창의 소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14일 열린 박모(55)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재판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책임을 면하려는 모습만 보였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박씨는 사건 당시 김모(63·구속기소)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김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한 바 없고 김씨의 지령에 따라 황 전 비서 등의 살해를 모의하고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김씨로부터 황 전 비서 등에 대한 정보 요구를 받자 스스로 국가정보원 직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승낙했다"며 "김씨의 뒤에 북한이 있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씨 측 변호인은 "박씨는 김씨의 실체를 알지 못했고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을 속이고 돈을 가로챈 건 잘못됐지만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정도로 범죄사실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보에 구멍이 뚫린 수사기관과 어리숙한 마약사범, 돈에 절박한 사기꾼이 만들어낸 블랙코미디"라며 "사기죄를 추가한 건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입증이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전부 무죄를 주장했다. 박씨는 최후진술에서 "하고 싶은 말을 반성문에 썼다. 용서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박씨는 북한 대남공작조직에 가담해 황 전비서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등)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북한 공작원 장모씨의 지령을 받은 김씨로부터 2500여만원을 받고 황 전 비서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암살을 모의한 혐의다.


한편 박씨는 2009년 9월 전 언론사 부장 출신인 중·고등학교 동창 김모(55)씨의 소개로 김씨와 처음 접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박씨는 동창 김씨가 황 전 비서를 암살하면 사례하겠다고 제안하자 구체적인 암살 계획과 비용을 논의했지만 2010년 10월 황 전비서가 노환으로 숨져 암살공작도 수포로 돌아갔다. 앞서 박씨와 암살을 모의한 김씨는 일당 2명과 함께 밀입북해 대량의 필로폰을 만들고 반북 인사 암살을 기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박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1월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료사진=뉴스1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