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사람을 대신한다. 기계가 사람의 비서가 된다. 먼 미래의 일 같지만 바야흐로 '기계의 시대'가 열렸다. 사람이 하기에는 번거롭고 반복적인 행위를 기계가 '배워서' 대신 처리한다. 기계가 배우는 시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이란 기계가 인간처럼 '학습'을 통해 다음 일을 예측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집된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들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게 해 사람의 비서 역할을 하게 한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TED강연에서 "오랫동안 보아온 것 중에 가장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T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러한 기술에 깊이 있는 흥미를 가지기 힘들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MS '당신의 감정을 분석해 드립니다'
최근 MS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한 감정인식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MS가 개발한 '감정인식' 프로그램은 사진 속 얼굴을 인식해 감정을 읽는다. 감정을 분노·경멸·혐오·공포·행복·중립·슬픔·놀람 등 8가지로 세분화해 수치화된 데이터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난 29일(현지시간) 5박7일 유럽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의 감정상태는 어떨까. 기자들의 취재에 화답하듯 이 사진의 박근혜 대통령 감정상태는 행복이 1.00000으로 다른 감정들은 드러나지 않았다.
MS 감정인식기술로 분석한 유승준 /사진=유튜브 영상캡처
반면, 병역기피논란으로 13년간 한국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유승준(스티브 유·38)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지난 5월 심경을 고백하는 아프리카TV 영상에서 그의 감정은 슬픔이 0.86129로 가장 컸고 중립이 0.12274, 혐오가 0.01180으로 드러났다. 마냥 울고만 있는 것 같은 얼굴에도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당신을 정확하게 태그해 드립니다'
페이스북의 태그 기술이 점점 더 정확해지고 있다. 기존의 자동 태그 서비스에 '머신러닝'이 접목되면서 어두워도, 멀리 있어도, 정면이 아니어도 얼굴을 정확히 인식한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동물의 중추신경계를 모방해 만든 신경망 분석을 활용했다.
가장 먼저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인식하고 주요 부분 67곳에 점을 찍어 얼굴의 윤곽을 나눈다. 이후 나눠진 조각을 3D로 변환하고 특징에 따라 밝기를 조절해 사진을 최종적으로 인식한다. 주로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코의 길이, 턱의 길이 등과 같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특징을 인식해 사진 속 인물의 이름을 알아낸다.
얼굴인식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97.25%로 인간의 평균 눈 정확도인 97.53%에 가까운 수치다. 페이스북에 인간의 눈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 외에 구글과 MS에서는 이미지인식, 음성인식, 기계번역 등의 분야에서 사용·연구 중이며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미지인식, 음성인식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클라우드'에서는 자동으로 업로드 되는 사진들의 이미지를 인식해 테마별로 분류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편리한 기계의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머신러닝의 세계는 방대하고 복잡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지기술'부터 '인공지능'까지 발전되는 기계학습의 세계는 영화 '그녀(her)'에서 컴퓨터 운영체제인 '기계와 사랑에 빠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될 것임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