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예금'

이란이 수조원의 예금을 인출해 가겠다는 의사를 표해, 한국과 이란 두 나라가 앞으로 원활한 교역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경제 재제가 시작되면서 한국과 이란의 연간 교역 규모는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60억달러대로 줄었다. 이는 이란과 금융거래가 전면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란이 한국에 개설한 원화 계좌가 양국 교역을 지탱했다. 한국에 수출한 석유 대금을 이 계좌로 받고 수입한 상품 대금은 이 계좌를 통해 지불됐다. 두 나라 사이에 돈이 직접 오가진 않는 일종의 편법이었지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다.

유가가 오르고 한국의 석유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 계좌 잔액도 크게 증가해 현재 3조∼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계좌가 개설된 국내은행은 물론 양국의 안정적인 교역을 원하는 정부에게도 중요한 존재인 셈이다.

그런데 이란이 이 계좌에 남아있는 예금 수조 원을 빼내 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이란으로서도 자국 내 경제 복구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게는 이란의 경제 복구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기 위해서도 이 계좌는 꼭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라, 정부는 일단 이란의 의중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인출을 최대한 만류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달 거래가 여전히 제한되있는 점을 감안해 이란이 원하는 유로화 결제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란 교역·투자 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