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금리 연 8.84%. 누적투자액 149억9262만원’.

지난 3일 오전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대출업체 8퍼센트의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게재된 숫자다. 날마다 투자액이 늘어나며 숫자가 바뀐다. 국내외경제가 악화되면서 얼어붙은 여타 금융업권의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P2P금융이 초저금리시대의 투자대안으로 떠올랐다. 재테크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는 P2P대출 투자의 매력과 투자자가 알고 대응해야 할 쟁점을 짚어봤다.

◆중위험·중수익 성향 투자자에 매력적

P2P금융은 대중(crowd)이 자금을 모아(funding) 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의 일환이다. P2P금융 거래는 다수의 소액투자자가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대출자는 투자자들에게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6~14%의 중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6%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P2P 평균 수익률은 세전 8%대로 저축은행(2.8%)과 일반은행(2.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P2P대출 투자는 소액으로 중위험·중수익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 인기다.

① 초보투자자에 적합한 ‘8퍼센트·렌딧’= P2P대출 투자를 처음 접해보는 투자자라면 P2P대출업체 ‘8퍼센트’와 ‘렌딧’에 주목하자. 우선 P2P업체 중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하는 8퍼센트는 홈페이지에 분산투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초보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투자자들이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P2P대출 투자를 안전하게 굴리도록 소액분산투자를 유도한다. 예컨대 1000만원을 모집할 경우 1인당 투자금 상한을 25만원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또 자동분산투자시스템을 도입해 투자 리스크를 잘게 쪼갠다. 투자원금의 50%까지 보전해주는 ‘안심펀드’도 운영 중이다. 안심펀드는 8퍼센트 투자자들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보호대책기금이다.

또 다른 P2P대출업체인 렌딧은 수십개의 대출을 모은 포트폴리오상품을 판매한다. 이 회사의 P2P 포트폴리오 투자는 개인에게 집행된 대출 여러건을 묶어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 한번 투자하면 수십건에서 수백건까지 다수의 대출건에 자동분산투자되는 식이다. 물론 여러 건의 대출을 묶어 투자진행기간 중 단 하나의 포트폴리오 상품을 선보이는 만큼 투자자의 선택권이 넓지는 않다. 하지만 보다 단순하게 P2P대출 투자를 하고 싶은 초보투자자라면 렌딧을 고려할 만하다.



② 관련 분야 전문지식 있다면 ‘테라펀딩·펀다’= 한 분야에 집중한 특화채권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P2P대출중개업체들도 눈길을 끈다. 테라펀딩은 부동산을 담보로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P2P대출서비스를 제공한다.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사업자의 부동산 물건을 심사해 수익성·안전성·환금성·사업성 등을 판단하고 투자자들을 모아 대출을 실행한다. 최소투자 가능금액은 100만원으로 타 P2P대출 사이트에 비해 높다.
펀다는 지역 중소상공인에 특화된 업체다. 신용등급과 같은 개인단위평가가 아닌 카드결제(POS단말기 분석)를 기반으로 심사한 채권을 선보인다. 주로 동네 점포 주인들을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자금을 모집한다. 자금이 모이면 점포주에게 빌려주고 상환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붙여 돌려주는 식이다. 지역단위 오프라인 상점들을 기반으로 운영해 투자자들이 직접 상점들의 실물을 볼 수 있고 투자액에 따라 할인권도 받을 수 있다.

③ 다양한 투자방식 한곳에 담은 ‘어니스트펀드·빌리’= 여러 사이트에 가입할 필요 없이 한곳에서 보다 다양한 투자방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어니스트펀드’나 ‘빌리’를 추천한다. 어니스트펀드는 개별채권과 포트폴리오형 채권을 모두 제공한다. 빌리 역시 신용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을 모두 제공해 상품군을 넓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차별화된 채권을 조달하는 게 두 업체의 최대과제다.

④ 안정성 중시한다면 ‘피플펀드’ = 피플펀드는 타 업체와 달리 제1금융권(은행)에서 직접 취급하고 관리하는 채권에 투자한다. 은행이 직접 연체 및 부실관리를 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고려할 만하다. 다만 대출의 경우 은행과 동일선상에서 이뤄져 대출자 입장에서는 승인조건이 다소 까다롭다고 느낄 수 있다.

◆세금·원금보장 안돼…소액분산투자해야

P2P대출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아직은 대출이 부실화된 사례가 없지만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손실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업체마다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P2P대출 투자는 법적으로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초기단계여서 별도의 규제나 감독이 없고 예금자보호 등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어 만약 대출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이는 곧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며 “투자위험을 줄이려면 소액자금으로 여러 채권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수익에 대한 세율이 높은 점도 유의해야 한다. P2P대출 투자로 얻는 수익은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분리과세율(15.4%)이 아니라 대부업법의 비영업대금 소득세율(27.5%)이 적용된다. 가령 자신이 투자한 상품이 연 10% 세전금리를 기록하더라도 실제 세후수익률은 7%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5만원으로 P2P대출 투자하기

일반투자자에게 P2P대출 투자는 생소하다. 이에 지난 2일 P2P업체 8퍼센트 홈페이지에서 기자가 직접 투자해봤다. 공인인증서 없이 스마트폰 혹은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어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1. P2P 홈페이지 접속
스마트폰으로 8퍼센트 홈페이지에 접속해 페이스북 계정 혹은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후 회원가입을 한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절차를 거쳐 ‘투자자 정보 입력하기’를 클릭한다. 이어 투자금을 상환받을 계좌를 신청하고 예치금을 입력하기 위한 가상계좌를 만든다.

2. 가상계좌에 현금 입금
가상계좌에 현금을 입금해 투자실탄을 마련한다. 마이페이지에서 예치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3. 투자하기
홈페이지에서 ‘투자가이드’를 클릭해 8퍼센트가 제공하는 투자 시나리오를 읽어본 뒤 ‘투자하기’를 누르면 ‘833호 자출족닷컴’, ‘771호 부모님 대출상환’, ‘761호 스타트업대표’ 등 40여개의 채권상품이 좌르르 펼쳐진다. 이 중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금액 일괄적용에서 최소 투자금액 ‘5만원’을 투자한다.

4. 자동분산투자 ‘ON’
자동분산투자를 원한다면 ‘나의 투자’ 페이지로 들어가 우측 상단에 있는 ‘ON’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이로써 투자자의 금액이 수백개 채권에 균등하게 투자되는 자동투자가 실행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