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DB |
일반적으로 구매팀은 얼마나 싸게 고품질의 원재료를 사오느냐가 주요 이슈인데 이날 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현재의 가격으로 설탕을 얼마나 최대한 많이 확보하느냐가 주된 논의사항이었다. 회의는 하루에 두세 차례 계속됐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7일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우유 제외)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인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섭취량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탕과의 전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속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국민의 건강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설탕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요를 줄이려는 의도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설탕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물량이 조금씩 부족하더니 올 3월엔 '설탕 가뭄' 현상으로 이어졌다.
설탕 부족현상은 이상기후 영향이 크다. 전세계를 강타한 엘니뇨로 아시아 3대 생산국인 인도와 중국, 태국의 가뭄이 심화되면서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을 겪은 것이다.
국제상품분석업체 그린풀 코모디티 스페셜리스츠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올해와 내년 설탕 공급 부족분이 49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보다 19% 늘어난 규모인데 이대로라면 글로벌 설탕시장은 2년 연속 공급이 수요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공급 과잉이었던 상황과 대비된다.
아시아국가의 올해 설탕 공급량을 확인하면 심각할 정도다. 그린풀은 중국의 올해 설탕 공급량이 920만톤으로 지난 전망치보다 30만톤 줄 것으로 내다봤다. 태국설탕협회는 올해 자국 농가의 사탕수수 수확이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6~17일까지 태국 사탕수수 수확은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 브라질의 상황도 좋지 않다. 연초부터 몰아친 최악의 홍수로 브라질의 설탕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브라질에서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로 사탕수수 사용이 늘어난 것도 설탕 공급 감소 요인이다.
국제 설탕 가격도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현재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원당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11% 오른 파운드당 14달러를 기록했다.
일간 상승폭으로는 1993년 3월 이후 22년만의 최대치다. 이날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백설탕 5월 인도분 가격도 6.1% 급등한 톤당 395.90달러에 거래됐다.
국민들에게 설탕 가뭄이 달가울리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새로운 투자처로 꼽힐 수 있다. 재테크 투자전문가들은 당분간 설탕가격이 오르는 만큼 이와 관련된 원자재 주식이나 펀드에 가입할 것을 추천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