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오락실과 PC방이 일탈의 온상지로 불리던 때는 지났다. 게임이 대중에게 널리 퍼지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게임의 생산성이 무궁무진한 점은 정부와 기업의 구미를 당겼다. 게임은 개발비 등의 고정비용을 제외하면 하나의 게임을 더 팔아도 추가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게임을 1명에게 팔든, 1000명에게 팔든 드는 비용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높은 이익을 노리는 게임회사가 많이 늘어났지만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은 대형사에 집중되는 추세다. 2014년 기준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 834개중 매출 순위 빅3는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다. 이들이 올린 매출은 전체 게임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들의 높은 매출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게임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을 짚었다.
게임축제 ‘지스타 2015’에서 참석자들이 모바일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2배 커진 게임시장… ‘게임강국’ 코리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9조9706억원이다. 2007년 5조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불과 7년 새 2배가량 커졌다. 전통적인 제조업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성장세다.
국내 게임시장이 커지면서 2014년 한국기업의 세계 게임시장점유율도 6.7%로 전년에 비해 0.4%포인트 확대됐다. ‘게임강국’이라는 명성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비중 같아 보이지만 게임 분야별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먼저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1%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전세계 게이머 10명 중 2명이 한국에서 만든 온라인게임을 즐긴다는 얘기다.
전세계 모바일게임시장에서도 한국은 14.3%를 차지한다. 이는 2013년 11.6%보다 2.7%포인트 증가한 수준으로 역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고수했다.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시장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데도 전체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전세계 게임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비디오게임분야가 약하기 때문이다.
2014년 비디오게임시장의 성장률은 4%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원(Xbox One) 등 8세대 비디오게임기기들이 인기를 끌면서 2013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반등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처럼 정체된 비디오게임시장 대신 꾸준히 1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에 집중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은 국산게임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2014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29억7383만달러(약 3조3700억원). 같은 기간 전체 바이오산업의 수출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중 60%가량이 온라인게임이고 30%가 모바일게임이다. 특히 게임강국 일본과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70%에 육박한다.
◆ PC→온라인→모바일… 체질변화 중
게임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체질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불과 15년 전 PC게임이 대부분이던 시장에서 이제는 PC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그 자리를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이 차지했다.
2014년 게임시장 내 매출액을 분야별로 보면 온라인게임이 5조5425억원으로 점유율 55.6%를 기록했고 모바일게임이 2조9136억원으로 29.2%를 차지했다. PC게임은 매년 역성장을 거듭하며 0.3%로 비중이 떨어졌다. 초고속인터넷망이 설치되고 게임에서도 유저끼리의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PC게임보다 온라인게임으로 소비자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한번 구매하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PC게임은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한 온라인게임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개발사 입장에서도 온라인게임을 선호한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시장도 점차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진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모바일게임에 역전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온라인게임시장은 2014년 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계속 성장 중이지만 2% 안팎의 신장률을 이어가며 성숙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반면 모바일게임시장은 2013년 전년대비 190%나 성장한 데 이어 2014년에도 25.2% 늘었다. 이 같은 성장 기조는 앞으로 몇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이다. 온라인게임을 주로 할 수 있는 PC방의 숫자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도 게임산업의 체질변화를 방증한다.
아울러 수출규모 면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확연히 드러난다. 2014년 온라인게임의 수출규모는 18억5740만달러(약 2조1100억원)로 아직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2013년보다 5억달러가량 감소하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모바일게임의 수출액은 8억7658만달러(약 1조원) 늘어난 10억9920만달러(약 1조2400억원)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5배나 증가했다.
◆새로운 변혁, VR게임 등장
게임산업은 가상현실(VR)기술을 만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VR기술을 활용하면 모니터 크기에 국한된 게임에서 벗어나 실제 시선을 따라가는 등의 생동감이 있는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전세계 VR 및 증강현실(AR)시장이 올해 40억달러에서 2020년 1500억달러로 4년 사이 37배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시장선점을 위해 VR 콘텐츠 제작에 발빠르게 나섰다. ‘오디션’으로 유명한 한빛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VR게임 ‘프로젝트K’를 개발 중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VR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또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한민국 VR 프로젝트로 선정한 조이시티는 회사 IP(지적재산권)인 ‘건쉽배틀’을 이용한 VR게임을 연내 출시한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현재 VR기기의 보급률이 떨어지고 콘텐츠의 수도 부족한 만큼 게임산업 전반을 지배할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지난 3월 한 행사에서 “VR 안경이 얇은 선글라스 크기로 줄고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게임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술 발전속도에 비춰보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태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VR기술과 적절한 콘텐츠 결합을 통해 사용자 저변이 확대된다면 하드웨어의 가격도 낮아지고 콘텐츠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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