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꾸준함’.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월20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이 단어를 수십번씩 말했다. 지난해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반짝 실적을 낸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보였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해태제과는 연양갱, 브라보콘, 에이스, 맛동산 등 사랑을 오래 받은 제품이 즐비하다. 허니버터칩 외에도 안정적인 매출처가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허니버터칩이 계속 인기를 끌지 여부와 신제품의 성공, 해외진출 등의 이슈가 상장 후 주가 변동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크라운 해태제과 본사. /사진제공=해태제과
◆‘타코야키볼’, 허니버터칩 이을까
해태제과는 동종업계 라이벌인 크라운제과의 자회사다. 1945년 설립된 옛 해태제과는 1997년 유동성 위기로 부도를 맞았다. 이후 2001년 옛 해태제과는 제과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UBS컨소시엄에 매각했다. 기존 회사는 하이콘테크로 상호를 변경한 후 곧바로 청산했다.
UBS컨소시엄은 인수한 제과사업부문을 다시 해태제과식품으로 설립했고 2005년 크라운제과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를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사들였다. 인수하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해태제과의 부채비율은 300%가 넘는 수준이 계속됐다.
해태제과는 이번 상장으로 얻게 될 공모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전액 사용할 방침이다. 약 720억원의 공모자금이 상환되면 부채비율이 100%대로 줄고 해마다 지불하는 이자비용도 3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실적은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4년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판매 초기부터 신드롬을 일으켜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도 완판 행렬이 이어지며 523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전체 798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5.71%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68억원, 168억원으로 90.24%, 300% 급증했다. 실적과 함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도 양호한 움직임을 보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3년 517억원에서 2014년 546억원, 지난해 648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물건을 팔면 현금이 바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해태제과 기업설명회. /사진제공=해태제과
신 사장은 “오는 5월 초 완공되는 문막공장에서 허니버터칩을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라며 “사실 부족한 설비로 허니버터칩 외에 다른 감자칩과 스낵 등을 생산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태제과의 매출에서 과자사업부가 67%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공장증설은 생산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또 지난 2월 출시한 신제품 ‘타코야키볼’이 초도물량 60만개가 완판되며 2주 만에 매출액 10억원을 기록한 점도 주목된다.
오소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산공장을 풀가동할 경우 올해 타코야키볼의 매출액 증가분은 180억원, 허니버터칩 증가분은 308억원이 예상된다”며 “해태제과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 13.2%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부진하고 타코야키볼도 인기가 사그라든다면 해태제과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공장증설 시 투자한 비용과 운영유지비 등이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 팔도는 2011년 개그맨 이경규와 손잡고 출시한 꼬꼬면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5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했지만 그사이 판매량이 급감해 손실을 봤다.
홍대 디저트 카페 ‘HAITAIRO’. /머니위크 DB
◆ 내수시장 집중, 해외진출도 모색 중
해태제과는 다른 제과업체와 달리 해외시장 진출보다 국내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경기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시장에 나갔다가 참패를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 사장은 “허니버터칩 때문에 스낵시장이 커졌고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며 “고객에 맞는 제품을 만들면 국내시장도 계속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론 해외시장이 성장성이 있는 것도 맞다”며 “해외진출을 위해 여러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단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태제과는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해태제과는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끈 제품을 국내로 가져오고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해외제과업체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현재 해태제과는 일본 가루비, 글리코와 50대50의 지분율로 JV를 만들었다. 실제 허니버터칩도 ‘해태가루비’에서 전량 생산한 것이다.
JV가 개발한 상품은 수입과자의 공습에도 방어책이 될 전망이다. 값싸고 특이한 수입과자가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인기있는 제품을 JV 형태로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나올 신제품은 기존제품의 확장 버전이거나 허니버터칩과 같은 틈새시장 공략제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최근 해외에서 지속 성장하지 못하는 다른 제과업체 사례를 볼 때 국내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해태제과는 또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도입 및 확장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생산과 유통에만 집중했던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다. 지난해 말 기준 해태제과는 팔라쪼, 지파시, 해태로 등의 프랜차이즈 매장 60개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제과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매장 확대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해태제과는 신주 370만4840주, 구주 212만5160주로 전체 583만주를 공모한다. 오는 5월11일 상장할 계획으로 상장 후 최대주주의 물량은 6개월간, 우리사주조합은 예탁 후 1년간 보호예수된다. 이에 전체 주식의 26.4%가 상장 후 유통 가능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